지난 2014년 전국 최초로 설립돼 10년 차를 맞은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대구센터)는 '제2의 도약'을 위한 리더로 한인국 전 삼성전자 상무를 선택했다. 삼성전자에서 35년을 근무한 한 신임 센터장은 기획 업무만 30년을 맡은 '기획통'으로 불린다.
삼성전자 근무 당시부터 대구센터 초기 기획에 관여한 한 센터장은 창의개발센터장 근무 경험에 대구센터 당연직 이사 재직 경험까지 더해 업무 이해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대구센터 향후 10년 비전 실현 초석 마련'이라는 중책을 맡은 한 센터장을 만났다.
-8월 말 취임해 약 6주가 지났다. 어떻게 지냈나?
▶업무 파악과 소통에 주력했다. 센터 업무는 사전 지식이 있는 편이다. 삼성전자에서 마지막 4년을 스타트업 지원을 총괄하는 업무를 봤다. 이전에 기획 업무를 할 때도 대구센터와 인연이 있었다. 삼성전자 내 창조경제사무국 담당 임원을 하면서 대구센터 초기부터 프로그램 설계 등에 관여했다. 삼성창조경제단지 기공식 흙푸기 세리머니를 할 때도 참석했다. 취임은 6주밖에 안 됐으나, 그간의 경험으로 전체적인 업무 파악은 어렵지 않았다.
-센터장에 지원한 계기는 무엇인가?
▶삼성전자 근무 당시 스타트업 업무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겼다. 세부적으로는 삼성전자가 2012년 C랩이라는 조직을 만들었을 때 얘기부터 해야 할 것 같다. C랩은 처음부터 스타트업 지원을 위해 만들어진 조직은 아니었다. 삼성전자 신세대 직원들 사이에서 혁신적인 업무개선 아이디어를 받아줄 창구가 없다는 지적이 나왔고, 이런 아이디어를 한데 모아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그러자 1년에 1천건 이상 아이디어가 모였다. 아이디어를 사내 시스템에 오픈하고 프로그래머와 디자이너, 마케터가 모여 이를 구현할 팀을 만든 게 C랩의 시작이었다. 좋은 아이디어가 쌓이자 스핀오프하는 직원들도 나왔다. 2018년쯤에는 외부 스타트업도 지원해보자 해서 아웃사이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 때부터 C랩을 맡아서 운영하며 직간접적인 경험을 쌓았다. 온갖 기획 업무를 담당하면서 쌓은 경험도 대구지역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도 뒷받침됐다.
-대구지역 창업 생태계를 진단한다면?
▶역량은 충분해 여건이 조금만 더 뒷받침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구체적인 데이터를 보면 스타트업 분야에서 대구가 아쉬운 게 많다. 이를 테면 인구 대비 창업기업 수나 청년의 창업 의향이 전국에서 하위권이다. 청년들이 계속 대구를 떠나는 것도 악재다. 재밌는 건 대구지역 창업기업의 5년 생존율은 또 상위권이란 점이다. 여건은 그렇게 좋지 않지만 일단 창업하면 저력이 있다는 의미다. 대구센터가 지난해 중기부로부터 최우수 센터 평가를 받은 만큼 스타트업 지원의 기반은 마련돼 있다고 본다. 대구센터의 덩치도 외형적으로 많이 커졌다. 이제는 세부적으로 지원 프로그램을 다듬고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는 대구센터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며 지역의 다른 창업지원기관과 적극적으로 융합해야 할 부분이다. 대구센터의 역량 강화와 함께 타기관 협력으로 창업 생태계 활성화에 힘쓰겠다.
-현재 대구센터 역할의 한계와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전략은?
▶재정과 인력 운용 부분에서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특히 재정적인 여건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본다. 주어진 한도 내에서 선택과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구센터의 역할 중 기술창업 기반 스타트업 발굴·육성은 상당한 진전을 이뤄냈다고 생각한다. 다만 지역창업 허브로서 기능은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미비하고 대내외적인 인식도 높지 않다. 스타트업 발굴·육성이라는 기능을 더욱 발전시키면서 지역창업 허브 기능도 쌓아올리고 싶다.
-본인의 강점은 무엇이고 업무 스타일은 어떤가?
▶일단 굉장히 낙천적이다. 삼성전자에서 기획 업무를 보며 어려움이 생겼을 때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지 터득하게 됐다. 매일 하던 일이 경영진에게 조사·분석한 결과를 보고하고 의사결정에 관해 설득하는 것이었다. 반대에 부딪히는 건 일상이었다. 내공이 쌓이기 전에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려 새벽에 산을 오르고 명상도 하고 그랬다. 시간이 지나면서 단단해졌고 이제는 어려움 속에서 긍정적인 메시지를 찾는 방법을 알게 됐다. 아무리 암담하고 압박이 큰 상황에서도 교훈을 찾는 편이다. 센터장 업무를 하면서 좋은 일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이런 강점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다.
-삼성전자와 대구의 관계에 대한 생각은?
▶대구가 삼성을 보는 관점도, 삼성이 대구를 보는 관점도 바뀔 필요가 있다. 2014년 대구센터가 생길 때 삼성이 큰 역할을 했다. 직원도 없고 역할도 정확하지 않을 때 삼성이 직원도 파견하고 예산도 지원했다. 대구센터가 터를 잡는데 삼성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10년이 지난 현재 지원규모가 그만큼 커져야 하지 않냐는 아쉬움도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이제부터는 롤 디자인이 바뀌어야 한다. 단순히 금전적인 지원이 아니라 삼성의 지원을 통해 성공한 스타트업 성공사례가 나와야 한다. 삼성 사업에 비즈니스 파트너가 된다는 것은 기업 성장의 '급행열차'를 탄다는 의미다. 이런 사례가 계속해서 나오면 삼성과 대구의 신뢰관계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그런 길을 뚫어주고 성공사례를 만들고 다이렉트로 소통하는 데 역할을 해 나가겠다. 우수한 지역 스타트업이 삼성과 성공적 협업(OI)을 통해 서로 윈윈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
-대구시가 대구센터에 대해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기대감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다. 창조경제혁신센터 운영은 크게 국·시비로 나눠 볼 수 있다. 다른 지역은 국비가 많은데 대구만 유일하게 시비가 더 많다. 그만큼 대구시가 창업에 관심이 크다는 얘기로 해석할 수 있다. 시가 대구센터를 통해서 미래형 경제구조를 만들고 싶다는 비전이 보인다. 특별한 액션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역할을 성실하게 하다보면 성과가 나오고 기대도 충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재임 기간 목표는?
▶직원들이 꿈과 비전을 갖고 일하도록 돕고 싶다. 젊은 직원들이 조금 더 바람직하고 옳은 방향을 바라보도록 하고 역량을 키워주고 싶다. 그것이 곧 대구센터의 역량이 커지는 길이다. 그렇게 되면 지역에서 유력한 청년 창업가도 나오고 성장하는 스타트업도 나온다. 아울러 대구센터는 해외와 활발하게 협력하면서 글로벌 창업보육기관이 돼야 한다. 스타트업은 해외시장을 계속해서 주시해야 한다. 임기를 마쳤을 때 흐뭇한 마음으로 기꺼이 떠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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