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직구 자회사인 '알리 익스프레스'(이하 알리)가 가품을 근절하겠다는 대책이 아직 지켜지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알리 익스프레스는 지난달 12일 가품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가품 셀러의 업로드를 차단하고, 계정 폐쇄 등을 약속했지만 여전히 주요 인기 브랜드의 가품이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진출을 겨냥한 국내 주요인기 K패션 브랜드의 가품도 상당수 발견되는 실정이다.
오는 16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알리 레이 장 대표는 가품 논란을 해명하기 위해 증인대에 설 예정인데, 업계 안팎에서 "확실한 가품 근절 및 피해 대책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태다.

◇K-패션 '우영미'부터 IAB 스튜디오·빈폴·헤지스 모두 '헐값 가품'으로…수출 걸림돌 되나
12일 알리 앱에 따르면, '가품 근절 대책'을 발표한 알리의 국산 K패션 제품들은 검색 첫 화면부터 다양하게 뜨고 있다.
레퍼 '빈지노'씨가 만들어 국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앱 STUDIO' 후드티는 정품 가격은 20~30만원대지만, 알리에선 1~2만원대에 팔리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IAB 스튜디오는 올 들어 1~8월까지 가장 많이 적발된 위조상품 브랜드(9386점)이었다.
국내 디자이너인 우영미씨가 런칭한 '우영미 꽃 로고' 티셔츠도 50만원대 정품 상품이 알리에선 1만8000원짜리 가품이 팔리고 있다.
'명품 K-패션' 대표 브랜드인 우영미는 해외 유명 브랜드 못지 않은 열풍으로, '국산 명품 패션'의 선두주자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 프랑스 파리에 단독 매장을 열어 화제가 됐다. 이밖에 빈폴·헤지스·아이더 등의 의류 브랜드도 이름만 검색하면 첫 화면에 상품들이 1~2만원대에 버젓이 팔리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패션 브랜드들이 수입 유통 비즈니스를 넘어 K-패션 수출을 통한 글로벌 진출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정작 국내 상륙한 중국 알리 등으로 짝퉁 제품이 유통되면서 애로사항이 적지 않다"고 했다.
삼성물산의 빈폴은 중국 등에서 매장 85개를 운영하고 있고, LF의 헤지스도 대만·베트남·인도네시아 등에서 오프라인 매장 500곳을 운영하고 있다.
아이더 브랜드를 파는 K2그룹도 오랜 내수 영업을 딛고 지난 2020년 아이더 글로벌 상표권을 인수해 해외 무대에 진출하는 등 해외 진출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알리는 그동안 국내 가품 유통으로 논란을 빚어왔다.
글로벌 브랜드 나이키나 헤드폰업체 보스(BOSE), 수프림 등 주로 2030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인기 브랜드들이 대표적이다. 알리 앱에 '나이키 조던'이라고 검색하면 첫 페이지에 네이버 리셀플랫폼 크림(Kream)에서 100~300만원대에 팔리는 비싼 나이키 제품 수백종 이상이 최상단부터 노출된다.
한켤레당 200~300만원대를 호가하는 '조던1 트래비스 스캇 로우' 제품은 알리에서 7~8만원대 초반에 팔리는 등 최소 수십만~100만원이 넘는 주요 조던 시리즈 신발들이 대부분 10만원짜리 가품으로 팔리고 있다.
문제는 글로벌 무대 수출을 노리는 K패션 브랜드마저 알리를 통해 '헐값'에 짝퉁으로 유통되고 있다는 점에서 브랜드 이미지 피해는 물론 수출 확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한달 전 알리측이 "가품을 근절하겠다"고 밝힌 대책이 무색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 대표는 지난달 12일 "가품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유지하며 지식재산권(IP) 보호 정책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한국국제협력재단(KOICA) 등과 협업해 IP침해 제품을 막겠다"며 "판매자가 제품을 올릴 때부터 가품이 아닌지 필터링하고, 필터링이 안 되면 제품을 삭제하거나 스토어 계좌 폐쇄와 계좌 동결등을 조치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주요 인기 브랜드의 가품 상품에 대해 필터링 작업이 없이 가품 판매자가 검색 첫 화면에 노출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간단한 검색만으로 주요 국내외 인기 브랜드 가품을 앱 화면 첫 페이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국정감사 출두 앞두고 여전히 '짝퉁천국'…올해 시장점유율 50% 넘은 듯
상황이 이러다 보니 오는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된 레이 장 대표의 입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품 근절의 가장 근본적인 '판매자 필터링'이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날 대책을 요구하는 의원들의 질문 세례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소비자들과 약속한 한달 전의 가품 근절 대책안을 반복할 경우 실효성과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1년 이내 해외물품 구매 경험이 있는 5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피해 경험이 가장 많은 플랫폼은 알리(31명)로, 피해 해결률(61.3%)이 가장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고속 성장을 거듭해온 알리의 월 사용자 수는 지난 8월 551만명으로, 전년 동월과 비교해 99%나 늘어났다.
최근 산둥성의 웨이하이, 옌타이 등에 물류창고를 9000평 규모(축구장 4개 크기)로 확장하고, 마동석 등 유명 연예인을 광고모델로 기용하며 CJ대한통운과 손을 잡고 배송기간을 5일 이내로 단축했다.
그러나 알리가 성장할수록 유명 브랜드 가품을 앞세운 알리가 국내 티몬과 위메프를 추월하고 이커머스 업계 지마켓과 11번가를 넘어서며 토종 시장을 잠식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의식도 키웠다.
통계청에 따르면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한 국내 직구 규모는 2017년 2580억원에서 올 상반기 1조4024억원으로 급증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통관 검사에서 가품 상품만 6만2326건이 적발됐는데, 이 가운데 중국에서 온 물건이 99%를 차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품을 포함해 급증하는 중국발 물건으로 인천항과 평택항에선 연일 통관대란이 빚어지고 있다.
주요 항만과 공항에선 통관을 못하고 대기하는 물량만 70만건이 넘고, 연말까지 6000만건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선 알리의 토종 이커머스를 추월해 국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경우 가품 판매로 영향력이 확대됐다는 비판을 불식할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주문 건수 기준 알리바바(알리익스프레스·타오바오)의 지난해 직구 시장점유율은 43%였고, 올해 사용자가 크게 증가해 점유율은 5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관세청은 내년부터 알리 등 해외 오픈마켓 사업자에 대한 '짝퉁' 실태조사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알리측은 한국을 전 세계 상위 5위 안에 드는 핵심 시장이라 생각하고 투자를 늘리겠다고 했지만, 가품을 앞세운 높은 성장세는 소비자 피해는 물론 시장 교란으로 이어지는 만큼 영향력 확대에 걸맞는 사회적 책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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