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년과 노인의 '연결고리'…MZ 통장이 동네 바꾼다

지난달 기준 대구시 30대 통장 6명…점차 늘어나는 추세
각 자치구도 통장 나이 규정 잇따라 폐지

6일 오후 대구 중구 매일신문 3층 회의실에서
6일 오후 대구 중구 매일신문 3층 회의실에서 '대구 MZ통장 좌담회'가 열려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주원 기자, 장용 안심2동 15통장, 김혜란 남산4동 17통장, 강난정 혁신동 16통장, 최현지 혁신동 17통장, 한소연 기자, 신중언 기자.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대구 남산4동의 김혜란 통장이 주민등록 사실조사를 위해 아파트 세대를 방문하는 모습. 한소연 기자
대구 남산4동의 김혜란 통장이 주민등록 사실조사를 위해 아파트 세대를 방문하는 모습. 한소연 기자

중장년층의 일처럼 여겨졌던 마을 통장의 세계에 젊은 피가 수혈되고 있다. 각 자치구는 통장 자격 요건을 완화하면서 'MZ 통장'의 등장을 반기는 분위기다.

3일 대구시와 9개 구‧군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대구시의 30대 통장은 모두 6명으로 파악된다. 전체 통장(이장 포함) 3천872명의 0.15% 수준으로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자치구와 동주민센터는 통장에 지원하는 청년이 점차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30대 통장 중 최연소는 1989년생 최현지(33) 동구 혁신동 통장이다. 그녀는 지난 2020년 8월 면접에 합격해 통장의 길을 걷게 됐다. 최 씨는 "평소에 어린이, 어르신 할 것 없이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은 편"이라며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봉사하는 삶이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며 도전 이유를 설명했다.

같은 혁신동 통장인 강난정(38) 씨는 4년 넘게 통장 업무를 수행해 온 '베테랑'이다. 출산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됐다는 그는 '사회적 소통'이 간절하던 차에 우연히 통장 모집 안내문을 보고 무작정 행정복지센터를 찾았다고 했다. 강 씨는 오전에는 집 앞 텃밭에서 작물을 키우고, 오후에는 통장 업무를 보며 주민들과 소통하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최근 지역의 여러 자치구가 통장 설치 조례를 개정해 '30세 이상' 등으로 한정한 통장의 나이 조건을 삭제하는 등 문호를 넓히면서 20대 통장이 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대구 시내 7개 구의 통·반 설치 조례에 따르면 중구, 서구, 수성구, 남구 등 4곳은 현재 나이 규정 자체가 없다. 지난 2012년 4월 중구가 가장 먼저 나이 제한을 폐지했고, 지난해 4월엔 서구가 폐지하며 이러한 추세를 이어갔다.

다만 통장 연령 제한에 대한 생각은 30대 통장 사이에서도 갈렸다. 통장으로서의 자질이 있다면 나이는 상관없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하면 최소한 30대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최현지 통장은 "나이가 책임감의 크기를 결정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며 "책임감과 더불어 어른을 공경할 줄 아는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통장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강난정 통장은 "사회생활도 해보고 여러 경험을 쌓은 사람에게 적합한 일이다. 행사나 회의 참여 등에 시간을 많이 할애해야 하기 때문에 20대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구호 물품을 옮길 일도 잦아 자동차 등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대구 동구 안심2동 매여마을의 장용 통장이 마을 주민들에게 세대 명부 서명을 받고 있다. 김주원 기자
대구 동구 안심2동 매여마을의 장용 통장이 마을 주민들에게 세대 명부 서명을 받고 있다. 김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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