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V-log 찍는 MZ 통장…"지역사회 대한 애착이 가장 큰 동기부여"

4인 4색 MZ통장…자유로운 업무 시간·활동 수당 등이 통장 장점
현장에서만 알 수 있는 '진짜 이야기'…"내 이웃의 ‘삶’이 궁금하다면 도전하길"

6일 오후 대구 중구 매일신문 3층 회의실에서
6일 오후 대구 중구 매일신문 3층 회의실에서 '대구 MZ통장 좌담회'가 열리고 있다. 오른쪽부터 ▷최현지 혁신동 17통장 ▷김혜란 남산4동 17통장 ▷강난정 혁신동 16통장 ▷장용 안심2동 15통장.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젊은 분들 만나니까 엄청 반갑네요."

지난달 대구 중구 매일신문 회의실에서 청년 통장 네 사람이 모였다. 첫 만남의 어색함도 잠시, 자기소개 이후 분위기가 풀어지자 언제 그랬냐는 듯 이야기를 쏟아낸다. "이 순간을 기록하고 싶다"며 촬영 장비로 브이로그(V-log)를 찍는 이도 있었다. 저마다 매력과 가치관도 각양각색인 4명이었지만, 젊은 통장으로서 겪었던 경험과 어려움을 나눌 때는 마치 오랜 친구들을 보는 듯했다.

◆전업주부‧프리랜서 작가‧자영업자…4인 4색 MZ 통장

흔히 중년의 영역으로 인식되는 통반장의 세계에 발을 들이는 청년들은 특유의 개성과 열정으로 동네 곳곳에 활기를 불어넣는 중이다. 통장의 매력에 대해 4명의 통장은 "지역사회에 대한 애착이 가장 큰 동기부여"라고 말하면서도 자유로운 업무 시간 덕분에 본업과 병행할 수 있는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30만원가량의 활동 수당도 쏠쏠하다고 했다.

통장 3년 차에 접어든 최현지(33‧동구 혁신동 17통장) 씨의 직업은 프리랜서 방송작가다. 직업상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통장이 '천직'이라고 느꼈다고 한다. 최 통장은 "코로나19 팬데믹 무렵 처음 통장을 시작했다. 지역 방송국에서 지역민과 함께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섭외도 했었는데, 그때마다 통장님들이 발 벗고 나서서 인터뷰에 응해주시더라. 그때 처음으로 통장에 대해서 생각하게 됐고 저녁 시간을 활용하면 충분히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동구 안심2동 2년 차 통장 장용(36) 씨는 마을에 대한 애착이 동기부여가 됐다. 그는 "마을에 청년이 많이 없어 원래도 총무 역할을 하면서 직전 통장님 업무도 같이 도왔었다"며 "특전사로 4년간 복무 후 고향에 돌아왔을 때 친구들은 이미 서울이나 타지로 떠나있는 상황이었다. 나라도 마을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컸고 자연스럽게 통장 일을 물려받았다"고 했다.

결혼과 출산 이후 경력이 단절된 여성에게 통장은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동구 혁신동 16통장인 강난정(38) 씨와 중구 남산4동 김혜란(34) 씨는 경력단절 이후 사회적 활동을 찾아 통장의 길로 들어섰다.

통장 4년 차에 접어든 강 씨는 "결혼 후 아이가 생기면서 경력이 단절됐다. 집에서 우울하게 시간을 보내다 우연히 아파트 단지에서 통장을 모집한다는 현수막을 봤다. 사회 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이력서를 들고 동사무소를 찾아간 게 시작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제 막 두 달을 넘긴 새내기 통장인 김 씨도 군 장교로 복무하다가 5년 전 결혼과 동시에 전역하면서 경력이 단절됐다. 그는 "막창집을 운영하는 시부모님이 독거노인에게 점심식사를 대접하는 봉사를 하셨다. 자연스럽게 돕게 됐고 다른 봉사활동이 없을까 찾아보다가 통장을 알게 됐다"며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껴 지원했다"고 말했다.

◆걱정과 의심을 인정으로…밝은 미소‧경청이 해답

지금은 주민들과 격의 없이 지내는 것이 일상이 됐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호의보다는 의심과 경계가 더 익숙했다.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는 '경청'이었다. 자주 찾아가고, 살갑게 말을 걸고, 또 경청하는 모습에 주민들의 표정도 조금씩 풀렸다.

김 통장은 "수상한 사람으로 오해하는 주민도 있고, 공무원도 아니면서 그런 걸 왜 묻느냐고 따지는 주민도 있었다. 의심하는 주민에게 넉살 좋게 다가가는 것도 통장의 능력 중 하나다. 어르신들의 경우 밝게 인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젊은 층은 대면 자체를 선호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문자나 전화로 소통하면 조금 더 수월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강 통장 역시 "법 조항 등 구체적인 내용을 추가로 전달하면서 설득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세부적인 행정을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잘 풀어서 설명하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고 노하우를 밝혔다.

최 통장도 "살고 있는 임대아파트에는 기초수급생활자나 차상위계층에 있는 어르신들이 많다"며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고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들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통장은 매일 새벽 5시 30분 마을을 조깅하면서 어르신과 돈독한 관계를 형성했다. 그는 "오후 6시쯤 퇴근 후에도 스쿠터를 타고 마을을 한 바퀴 돈다. 얼굴을 자주 비추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들처럼 대해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령화 사회 '연결고리'…"젊은 통장 늘어나야"

터치 몇 번으로 어지간한 민원 업무는 모두 볼 수 있는 시대에도 통장이 필요할까. 이 질문에 통장들은 "하면 할수록 꼭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입을 모았다. 강 통장은 "기초생활수급자나 온라인 접근이 쉽지 않은 분들,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어르신 등 정보 소외계층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직접 우편물을 뜯어 읽어드리기도 하는데, 이런 일은 통장 아니면 할 수 없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통장 역시 "얼마 전 여름휴가에 경남 통영, 남해, 전남 보성 등을 여행했다. 여행에서 느낀 것은 젊은 사람들 찾기가 힘들다는 것이었다. 대구도 대도시지만, 고령 인구가 늘고 있는 만큼 젊은 청년과 노인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것이 통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통장은 "요즘 독거노인 고독사 등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통장이 사회복지사처럼 독거노인 가정에 주기적으로 방문해 안부를 묻는 등 중요한 중간 다리 역할을 수행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행정의 손길이 닿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통장이 존재한다고 역설했다. 책상에 앉아서는 알 수 없는 지역 주민들의 '진짜 이야기'를 듣고 전달하고 해결하는 것이 통장의 역할이란 것이다.

장 통장은 "매달 25일 통장 회의가 열리는데 그때 민원과 불편 사항 등 온갖 이야기가 오간다. 결국 가장 가까이서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통장이다. 내 이웃의 '삶'이 궁금하다면 한 번쯤 도전해 봐도 좋다"고 추천했다.

대구 중구 매일신문 3층 회의실에서
대구 중구 매일신문 3층 회의실에서 '대구 MZ통장 좌담회'가 열려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주원 기자, 장용 안심2동 15통장, 김혜란 남산4동 17통장, 강난정 혁신동 16통장, 최현지 혁신동 17통장, 한소연 기자, 신중언 기자.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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