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가해자 '신상 털기' 등 과도한 사적 제재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SNS에선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사건의 가해자 신상을 공개한 계정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지난달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대전의 초등학교 교사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가해자로 지목된 학부모들의 실명, 사진, 직업 등 신상이 공개됐다. 분노한 사람들이 해당 학부모가 운영하는 음식점에 비난 메시지를 붙이고 계란을 투척했다. 결국 그 학부모는 폐업했다. '마녀사냥'이란 지적이 있었으나, 학부모에 대한 비난은 이어졌다.
사적 제재는 법적 안정성을 무너뜨리고, 제2의 피해자를 낳을 수 있다. 선동적이고 묻지마 식 비난은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기도 한다. 사적 제재를 경계해야 할 이유이다. 3년 전 '디지털 교도소'가 성범죄 등 강력 범죄 혐의자들의 신상 정보를 임의로 공개해 논란이 됐다. 당시 신상이 공개된 한 대학생은 결백을 주장하다가 안타깝게 숨졌다.
가해자 신상을 공개하는 유튜버들도 있다. 지난 6월 한 유튜브 채널이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자 신상을 공개했다. 최근엔 서울 강남구에서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고 인도로 돌진, 20대 여성에게 중상을 입힌 사건의 피의자 신상도 밝혔다. 타인의 신상 정보를 법적 근거 없이 공개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특히 정확한 진상 조사나 경찰 수사, 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인을 범죄자로 단정해 사적으로 응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사건과 무관한 사람이 마녀사냥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적 제재 배경에는 사법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성범죄, 학교폭력, 민원을 빙자한 갑질 등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은 국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사법 체계와 공권력이 나쁜 짓을 한 사람에게 합당한 처벌을 하지 않는다면 사적 제재 열풍은 지속될 것이다. 사적 제재는 법치의 근간을 허무는 병폐이다. 사법 정의만이 사적 제재의 선동적 공감을 잠재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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