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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221>김득신의 풍속화, 김홍도와 백중할 만한 실력

미술사 연구자

김득신(1754-1822),
김득신(1754-1822), '밀희투전(密戱鬪牋)', 종이에 담채, 22.4×27㎝, 간송미술문화재단 소장

'몰래 투전을 하다'는 제목인 '밀희투전'은 4명의 노름 장면을 그린 김득신의 풍속화다. 길쭉한 종이 쪽인 투전은 화투나 카드 같은 노름 도구이자 이 노름의 이름이다. 손에 쥔 패와 무릎 아래에 '우물 정(井)'자를 만들며 늘어놓은 패의 개수가 네 사람 모두 다르다. 많은 사람은 8개, 적은 사람은 2개를 손에 들었다.

도박성이 강한 투전은 숙종 때인 17세기에 역관들이 북경에서 들여왔다고 한다. 오락이자 내기로 활용된 소일거리인 바둑, 장기, 쌍륙, 골패, 척사(擲柶)라고 했던 윷놀이 등에 비할 바가 아닌 전문적인 노름이었다.

김득신이 실제로 노름방에 들어가 스케치를 한 듯 분위기와 노름꾼의 묘사가 적나라하다. 손과 얼굴의 살색에는 미묘한 농담을 얹어 자연스럽게 나타냈고, 옷 주름의 굴곡과 강약도 활력적이다. 물감을 극도로 절약한(?) 옅은 담채지만 색상은 은근히 다채롭다.

방의 다부진 모서리, 희부연 창, 단촐한 술상, 자리를 뜨지 않기 위한 요강과 타구 등 배경과 소도구를 슬쩍 그려 넣어 노름 장면의 이야기가 더욱 풍성해졌다. 손으로 하는 일이라 그런지 넷 모두 양손을 다 그렸다. 경쾌한 필선으로 설렁설렁 묘사했지만 손가락 모양과 다양한 팔 동작에서 긴장감이 전해진다.

얼굴은 한 명 한 명의 얼굴형과 안색, 수염과 이목구비, 표정이 개성적이다. 안경 쓴 인물이 왼손으로 6개의 패를 가슴에 딱 붙여 감춘 채 오른손을 내밀며 패를 던지는 순간이다. 안경은 두 개의 알을 연결한 가운데를 망건에 고정시켰고 양쪽으로 실을 달아 귓등에 걸친 실다리 안경이다. 이 분은 안면이 길고 얼굴색이 희어 샌님 같다.

벽 쪽으로 밀쳐 논 술상 앞의 인물은 얼굴이 붉은 데다 살집이 많고 수염이 짙어 욕심스러워 보이는데 자신의 패는 팔을 돌려 양손으로 감추면서 옆 사람 패를 슬쩍 엿본다.

판돈이 분명 있었을 텐데 판 아래에 있는지 생략했는지 궁금하다. 푸른색의 커다란 두루주머니가 묵직해 보인다. 같은 주제를 그린 19세기 말 김준근의 '투전'을 보면 각자 수북이 엽전을 쌓아놓았다. 김준근은 8명의 선수가 둥글게 둘러 앉아 촛불을 밝혀 놓고 구경꾼들이 관전하는 가운데 투전하는 광경을 그렸다.

김득신은 정조의 총애를 받은 화원화가다. 정조는 궁궐 안에서 근무하는 화원인 '자비대령 화원' 제도를 규장각에 만들었고, 규장각 각신들과 함께 선발하고 관리하며 직접 출제와 채점까지 할 정도로 미술에 관심을 기울였다. 김득신은 정조로부터 9번이나 최고점인 '상(上)'을 받는다.

김득신의 선면화를 본 정조가 부채그림을 잘 그린다며 "김홍도와 백중(伯仲) 할만하다"라고 평했다는 말도 '이향견문록'에 전한다.

미술사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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