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를 하다 보면 "선생님, 체하고 얹혀서 어제저녁에 먹은 음식이 위 속에 그대로 남아있어요"라며 찾아오는 분이 있는데, 실지 위내시경을 해 보면 위 안에는 내용물이 없이 비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어사전에서 '체하다'는 '먹은 것이 잘 삭지 아니하고 위 속에 답답하게 처져 있다', '얹히다'는 '먹은 음식이 소화되지 않아 체하다'라고 되어 있다. 사실 체하다에 딱 맞는 의학용어나 진단명은 없다. 속이 체했다고 하는 것은 상복부의 불쾌감, 불편함, 속이 더부룩한 것, 속 쓰린 것, 심지어는 복통까지 포함하여 소화기관에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증상으로 설명된다. 특히 식후 메스꺼움, 가스 되새김, 복부팽만이 있으면 체했다고 느끼게 된다.
체했다 혹은 체기가 있다고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 임상적 의미는 어떤 것이 있을까? 먼저 진정한 의미의 소화불량이 있다. 맵고 짠 음식을 먹거나 과식을 하는 경우다. 다음으로 위염이 있다. 체한 증상이 동반되는 위염에는 심적인 스트레스 혹은 몸의 다른 부위의 손상에 의해 위 점막의 저항성이 떨어지고 혈류가 감소되거나, 아스피린이나 진통제에 의해 위벽이 손상되는 미란성 위염이 있다. 미란보다 더 심하게 위벽이 헐게 되는 소화성궤양도 속이 아프고 불편할 수 있다. 또 흔한 원인으로는 위산이 식도로 역류하여 생기는 위식도역류질환이 있다. 모두 속이 불편하거나 더부룩하고 속 쓰림이 생긴다. 위염, 위궤양이나 역류식도염은 위장약을 복용하면 증상이 빠르게 호전된다. 다음으로 급성 간 손상도 초기에는 속이 불편하고, 메스꺼움이 있어서 체했다고 생각될 수 있다. 이 경우는 소화불량을 느끼다가 심한 피로감이 동반된다. 담낭이나 담관의 결석에 의한 담낭염도 초기에는 체한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러다 곧 심한 통증이나 고열, 오한이 생기므로 주의해야 한다. 그러다가 소변 색이 붉어지면 황달을 의미한다. 급성 간손상이나 담낭염, 담도염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당연히 위암, 간암, 담도암, 췌장암과 같은 소화기계 암도 초기에는 소화불량만 있을 수 있다. 콩팥이나 요로 결석도 속이 불편하고 메스꺼움이 생긴다. 이 경우 어느 한쪽 옆구리가 결리는 증상이 따라온다.
그러면 체한 증상이 있는 경우에 실지 복부에 질병이 있어서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하는 경우를 의심해야 하는 증상, 소위 워닝 사인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먼저 소화불량과 함께 복부의 특정 부위에 계속되는 통증이 있으면서 위장약에 호전이 없는 경우는 진단이 필요하다. 또한 지속적인 구토가 있으면 위나 십이지장 폐쇄가 있을 수 있다. 소화불량이 오래가면서 체중 감소가 있으면 빠른 진단이 필요한 질환이 있을 수 있다. 대변 전체에 피가 보이거나 분변색이 검어지고 빈혈 증상이 있어도 병원을 찾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소화불량과 함께 심한 피로감이 있거나, 열, 오한이 동반되거나 소변 색이 붉어지면 간이나 담도에 이상이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흔히 경험하는 '체하다'는 증상은 쉽게 호전되는 가벼운 소화불량, 위염부터 반드시 원인을 찾아서 치료가 필요한 질환까지 다양한 질환을 생각해야 한다.
김호각속내과의원 원장 김호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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