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서민 두 번 울리는 ‘조삼모사’ 주택도시보증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오락가락 업무 처리가 공공임대주택 임차인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HUG는 투기 세력의 표적이 돼 거액의 보증금을 날리게 된 임차인들 수백 명에게 보증금을 환급해 주겠다고 약속해 소송마저 포기하게 만들어 놓고 약속을 뒤집었다. 공공기관의 공신력을 믿은 임차인들로서는 이런 날벼락도 없다.

사건의 발단은 2020년 4월 대구시 달성군의 한 공공임대주택에서 민간 건설사가 보증 사고를 내면서부터다. 이 회사는 기습적으로 보증금을 올리는 등 불·탈법을 저지른 끝에 임원들이 사기죄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문제는 민간 건설사와 '감액 약정 계약'을 체결한 269명의 임차인들이 가구당 2천만 원에 이르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임차인들이 HUG를 상대로 제기한 1심 소송 결과가 그렇게 나온 탓이다.

피해 임차인들이 항소심을 준비하자 HUG는 "재판과 무관하게 보증금을 전액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실제로 61가구는 1심 판결 이후 보증보험금 11억 원을 HUG로부터 받아 갔다. 이 과정에서 HUG 담당자는 "임차인 보호 목적으로 보증금 가입 금액과 상관없이 보증금을 보장해 왔다"며 임차인들에게 소송 취하를 종용했다고 한다. 이 말을 믿은 나머지 임차인들이 항소를 포기함으로써 재판은 종결되고 말았다.

이랬던 HUG가 보증금을 줄 수 없다고 돌연 말을 바꿨다. 1심에서 임차인들이 패소했기 때문이란다. 보증금 지급 약속은 담당 직원의 실수였고 관련 직원에 대해 배임 혐의로 내부 감사에 착수했으며 기지급된 보증금 11억 원도 회수할 계획이라고 했다. 아이들 장난도 아니고 공공기관이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 일 처리를 해도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일련의 상황을 보면 HUG는 임차인들을 보호하기는커녕 2차 가해를 안겨 줬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듯하다. 법조인들에 따르면 지금으로서는 임차인들이 다시 소송을 제기해 1심 판결을 뒤집는 방법밖에 없다고 한다. HUG는 자신들의 미숙한 업무 처리와 실수 때문에 임차인들이 겪은 피해와 고통에 대해 막중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법 규정을 따지며 나 몰라라 할 게 아니라, 자신들이 해줄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하기 바란다. 그래야 공공기관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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