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9·19 군사 합의 폐기할 때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대표)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대표)

시계를 거꾸로 돌려 보자. 2018년 9월 방북한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평양에서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반도에서 모든 전쟁 위험을 없애자며 남북 군사 합의서 채택에 합의했다. 문 대통령은 "전쟁 없는 한반도가 시작되었다"며 자화자찬의 축배를 들었다.

이날 발표된 평양 공동선언의 부속 합의가 '9·19 남북 군사 합의'다. 군사 합의의 주요 내용은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 행위를 전면 중지하고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군사훈련 중지 및 군사분계선 5㎞ 내 훈련 중지, 고정익 항공기의 분계선 20㎞(서부 지역)~40㎞(동부 지역) 비행 금지, 회전익 항공기 10㎞, 무인기 10~15㎞, 기구 25㎞ 내 비행 금지 등이다. 군사분계선 일대에 설치된 GP 상당수도 철거됐다.

이 군사 합의에 따라 우리 군의 대북 감시 체계는 무력화된 것이나 다름없다. 합의는 국회의 비준조차 받지 않았다. 우리의 준수 의지와 달리 북한은 지난해 12월 무인기를 투입, 서울 상공을 휘젓고 우리 GP에 총격을 가하는 등 그동안 17차례 위반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유엔 제재 위반과 합의 파기 사례를 언급하면서 9·19 효력 정지나 파기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그러자 지난 9월 19일 서울 63빌딩에서 열린 9·19 선언 5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문 전 대통령은 "남북 군사 합의를 폐기한다는 것은 최후의 안전핀을 제거하는 무책임한 일이 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2019년 11월 창린도 일대에서 해상 완충구역에 해안포를 쏘고, 2020년 5월 중부전선 GP에 총격을 가하는 등의 북한의 군사 합의 위반에는 애써 눈을 감은 문 전 대통령이다.

문 전 대통령의 '어처구니없는' 군사 합의 폐기 저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양상은 9·19 합의를 폐기시킬 동력으로 급부상했다. 휴전선 일대에 전진 배치된 300여 문의 북한 장사정포나 북한군의 군사 동향을 제대로 정찰·감시할 수 없는 군사 합의를 지키다가는 하마스를 압도하는 북한의 기습 공격에 서울·수도권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 전 대통령은 여전히 북한의 선의(?)를 믿고 있는가?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대표) diderot@naver.com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