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희생양' TK 다선 비율 전국 최저…"선수별 균형 맞춰야"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되자 당 관계자가 출입문을 닫고 있다. 국민의힘 김태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는 지난 11일 치러진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진교훈 후보에 패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되자 당 관계자가 출입문을 닫고 있다. 국민의힘 김태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는 지난 11일 치러진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진교훈 후보에 패했다. 연합뉴스

21대 국회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을 선수(選數) 별로 분류한 결과 대구경북(TK)의 3선 이상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19대 총선부터 2020년 21대 총선까지 3연속으로 TK 물갈이 공천 탓이다. 이 같은 흐름이 내년 22대 총선에서도 이어지면 TK 정치권의 체질이 크게 허약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전국 5개 권역서 다선 비율 '최저'

매일신문이 15일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을 TK, PK(부산울산경남), 수도권(서울인천경기), 충청(대전세종충북충남), 강원 등 전국 5개 권역으로 나눠 선수를 조사한 결과 TK 3선 이상은 ▷5선 주호영 ▷3선 윤재옥·김상훈 등 3명에 그쳤다. 비율로는 12.0%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반면 PK는 전체 33명의 의원 중 3선 이상이 13명에 달해 39.3%를 기록했다. ▷5선 김영선·서병수·조경태 ▷4선 김기현 ▷3선 김도읍·김태호·박대출·윤영석·이채익·이헌승·장제원·조해진·하태경 등이었다.

당 험지로 통하는 수도권에서도 3선 이상은 전체 17명 중 6명으로 비율로는 35.2%였다. ▷4선 권영세·김학용·박진·윤상현 ▷3선 안철수·유의동 등이다.

충청에선 전체 9명 중 3선 이상이 6명으로 66.6%를 차지했다. ▷5선 정우택·정진석 ▷4선 이명수·홍문표 ▷3선 박덕흠·이종배 등 각 선수별로 균형을 이뤘다.

강원은 전체 6명 중 2명이 3선 이상으로 33.3%였다. 4선 권성동 의원과 3선 한기호 의원이었다.

이에 '초·재선 대 3선 이상'을 보면 TK가 7.3대 1로 전국에서 압도적으로 높았다. 강원 2대1, 수도권 1.8대 1, PK 1.5대 1 등 다른 지역은 최대 2대 1을 넘지 않았고, 충청은 오히려 0.5대 1을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초재선 2명에 3선 이상 1명' 정도가 가장 바람직한 비율이라는 분석이 있는데 유독 TK만 기형적인 구조를 보이는 것이다.

◆3연속 TK 물갈이 공천 직격탄

TK에 3선 이상 중진의 씨가 마르게 된 건 2010년대 이후 본격화됐다. 과거 TK는 보수의 심장 또는 보수의 본산으로 불리면서 기라성 같은 다선 의원들을 다수 보유해 다른 지역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실제로 2008년 출범한 18대 국회에서 TK 3선 이상은 전체 27명 중 10명으로 37.0%에 달했다. 2012년 19대 국회에서 3선 이상은 두 자릿수가 깨진 9명(33.3%)이 됐고, 2016년 20대 국회에선 8명(28.5%)이 되더니 이번 2020년 시작된 21대 국회에서 3명(12.0%)으로 급감했다. 19대~21대 총선에서 3연속으로 TK 물갈이 공천이 단행된 탓이다.

국회의원의 꽃인 상임위원장은 일반적으로 3선이 맡는 데 TK는 이번 국회에서 단 2명(윤재옥·김상훈)만 그 기회를 얻었다. 집권여당 상임위원장은 소관 정부부처에 지역 핵심 현안을 관철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가진다. 이에 지난해 정권교체와 함께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 TK 정치권에선 "지역 발전을 위한 절호의 기회가 왔지만 정작 힘 있는 중진이 태부족하다"는 자조가 터져 나왔다.

문제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하고 책임론이 불거지자 또다시 TK 정치권을 희생양 삼으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총선이 불과 6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TK 물갈이론으로 이어질 공산이 없지 않다.

하지만 지난해 윤핵관 논란과 비상대책위원회 가처분 파동부터 김기현 체제 5인회 논란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입길에 오른 TK 정치권 인사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TK의 한 의원은 "만만한 게 TK다. 정권교체의 주역이랄 때는 언제고 총선이 다가오니 또 TK를 걸고넘어진다"고 비판했다.

지역에선 '좋은 물갈이'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새 피를 수혈하기 위한 현역 의원 교체는 필요하되, 선수별 균형 있는 분포를 염두에 두고 혁신 공천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처럼 초재선 비중이 극단적으로 높은 구조가 고착화될 경우 TK 정치권의 체질 역시 계속 허약한 상태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은 2020년 11월, TK 신공항 특별법은 2021년 1월에 각각 발의돼 동시 통과가 추진됐다. 하지만 다선이 부족한 TK 정치권이 이를 관철시키지 못하며 가덕도는 2021년 2월, TK는 올해 4월에 통과됐다. 지역 간 핵심 이익이 정면 충돌할 때 TK는 초재선 위주였던 탓에 2년 2개월의 격차가 발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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