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시가 서대구 고속철도(KTX) 역사 지하에 매립된 최소 수만 t(톤) 규모의 폐기물을 수년째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올해 초부터 시작된 '서대구역 광장 조성' 공사 중에는 폐기물이 나오자, 이 사실을 숨기기 위해 다시 땅속에 매립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서대구역 쓰레기 논란은 지난 2021년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대구역 진·출입로 공사 중 지하에서 대량의 쓰레기가 나왔다. 이곳 일대는 1987년 폐기물 관리법 제정 이전부터 지역에서 발생한 생활 쓰레기를 매립한 장소였다. 쓰레기 매립 규모는 확인되지 않았다. 서대구 역세권 개발구역 전체 터(66만㎡) 중 역사 등이 위치한 12만㎡ 부지(추정)에 최대 수십만t이 더 묻혀있을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당시 진입도로 아래 5.7m 깊이까지 쓰레기가 묻혀있었다. 시는 이 중 2.5m 깊이 1만여t의 쓰레기를 처리했다. 9m 깊이까지 쓰레기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역사 터의 경우 공사에 필요한 부지의 쓰레기 4만여 t만 먼저 치우고 역사를 건설했다.
이후 "쓰레기를 땅속에 방치한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대구시는 2030년까지 예정된 '서대구 역세권 개발 계획'에 따라 단계적으로 폐기물을 전량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는 부적정하게 처리된 폐기물이 발생할 경우 토지 소유자가 적정 처리하도록 규정하는 폐기물 관리법에 따른 결정이었다.
당시로부터 2년이 흐른 현재, 환경단체는 대구시의 약속이 모두 거짓말에 불과했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역세권 개발 계획 중 하나로 올해 초부터 시작된 서대구역 광장 조성 사업 공사 중에는 지하에서 나온 쓰레기를 다시 매립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구본호 한국녹색환경협회 회장은 "지난 7월쯤부터 해당 공사의 오수관로 매립·통신시설 이설 작업 중 나온 폐기물을 평탄화 작업을 하며 다시 묻는 것으로 보이는 모습이 자주 확인됐다. 영상과 사진 등을 통해 증거도 다수 확보한 상황이다. 폐기물 처리 촉구를 위한 국민청원서명운동을 추진하는 중"이라고 했다.
한국녹색환경협회가 지난 7월 공사 현장을 촬영한 영상에는 포크레인이 각종 폐기물들이 섞인 것으로 보이는 흙더미를 재매립하는 듯한 모습이 담겨있었다.
실제로 지난 13일 오후 3시쯤 방문한 서대구역 4광장 공사 현장에는 온갖 쓰레기들이 흙과 섞여 나뒹굴고 있었다. 언뜻 평범한 흙과 돌이 깔린 것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가서 살펴보면 깨진 플라스틱 조각이거나 뭉쳐진 비닐이었다. 일부 구간에서는 깨끗한 모래를 쓰레기가 묻힌 땅 위로 덮어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구 회장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간을 쓰레기 위에 조성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폐기물로 인한 지하수 오염, 가스 발생, 지반 침하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서대구역세권개발사업 부지 전역을 대상으로 토양오염검사를 실시하고 매립 폐기물을 적법한 방식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환경단체로부터 고발장을 접수받은 경찰도 수사에 착수했다. 서부경찰서 관계자는 "7월 말쯤 서대구역 폐기물 관리와 관련된 고발이 접수됐고 현재 자세한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대구시는 폐기물 재매립 의혹에 관해 사실과 무관한 내용이라며 선을 그었다. 아울러 광장 조성 공사 과정에서 나온 폐기물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에 따르면 서대구역 4광장 공사로 발생한 폐기물 규모는 약 240㎥(루베) 정도다. 폐기물들은 천막이 덮인 채 현장에 야적돼 있으며, 이달 내로 성분별로 분류해 처리할 계획이다.
김상우 대구시 서대구역세권개발과장은 "폐기물을 발견하고도 땅에 묻은 것은 사실이 아니다. 파낸 폐기물을 묻은 게 아니고 굴착 공사 이전부터 현장에 있던 흙더미를 평탄화 작업에 활용했는데, 이것이 오해를 부른 것 같다"라며 "성분 검사 결과 서대구역 4광장의 폐기물은 인체에 유해한 지정폐기물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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