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취재현장] 대구와 구미는 경제공동체

조규덕 경북부 기자
조규덕 경북부 기자

"환경부 법령과 지침을 철저히 준수하며 폐수 처리 중인데, 도대체 뭘 더하라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에 만난 구미국가산업단지 제조업체 대표 A씨는 한숨을 쉬며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그는 "대구시가 최근 구미산단 기업에 폐수 무방류 시스템을 도입할 것을 통보한 뒤로 기업들이 크게 우려하고 있다"며 "가뜩이나 장기간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규제가 생겨 기업 활동을 발목 잡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털어놓았다.

대구시는 지난 6일 보도자료를 통해 "1991년 페놀 유출 사고 등과 같은 비극적인 일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 구미 5산단 5구역에 입주한 양극재 기업과 그 협력업체에 공장 가동 시 낙동강 유역에 수질오염물질이 배출되지 않도록 무방류 시스템을 도입할 것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또 "무방류 시스템을 설치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설물 가동 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공장 가동을 막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수많은 누리꾼들이 구미산단 기업체를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여기며 비난했다. 구미산단의 기업 활동 위축을 우려한 구미시가 진화에 나섰지만 소용이 없었다.

대구시가 언급한 페놀 유출 사고는 1991년 구미산단에서 발생한 사고로, 이미 30년도 넘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관계자는 "현재는 구미산단 모든 기업이 법에서 정한 기준과 절차를 준수하며 폐수를 처리하는 등 생산활동에 전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미산단 기업들은 대구시가 요구한 무방류 시스템이 법적 근거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구미산단 B사 관계자는 "대구시가 주장하는 무방류 시스템 도입이 환경부 법령에 명시된 것이라면 구미산단 모든 기업이 지킬 것이다. 하지만 현행 법령에는 그러한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실효성도 떨어진다. 지난 2018년 환경부가 낙동강 과불화합물 검출에 따른 수질 개선 방안으로 폐수 무방류 시스템 연구용역을 추진했다가 돌연 취소했다. 설치비 5천282억 원, 운영비 1천119억 원 등 막대한 사업비가 드는 데다 잔재물이 다량 발생하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구미산단 C사 관계자는 "상류에 있는 구미산단 기업이 대구를 위해 무방류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대구시의 논리대로라면 대구 기업들도 경남·부산 등 하류 지역을 위해 무방류 시스템을 도입해야 하는 것이 맞지 않냐"며 "구미 기업에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1969년 박정희 대통령의 계획에 의해 조성된 구미산단은 대한민국 최초의 국가산업단지로, 지난 반세기 동안 대구경북과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을 이끌어 왔다. 지금도 구미산단의 기업들은 대한민국 경제발전과 대구경북의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구미산단의 성장과 함께 삼성·LG·SK·코오롱 등이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했고, 여기에는 구미 시민뿐만 아니라 대구 시민의 땀과 노력도 깃들어 있다.

대구와 구미는 경제공동체다. 수많은 직장인과 기업인들이 구미 기업에서 돈을 벌어 대구에서 쓴다. 구미산단 입장에서도 대구에서 출퇴근하는 근로자가 없다면 원활한 공장 가동은 생각할 수도 없다.

이번 일로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는 구미산단의 기업 활동이 위축된다면 손해는 고스란히 대구와 경북 지역민이 입게 된다. 갈등을 기회로 삼아 두 지역이 소통과 이해를 바탕으로 함께 발전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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