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축구는 남자애들이 하는 운동 아니야?"
MMM팀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단호하게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이겠다. 요즘 어디가서 저런 뉘앙스의 이야기를 하면 '꼰대', '꽉 막힌', '성차별적'인 사람이라고 보일 지도 모른다. 예~전의 '구기 운동은 남성이 하는 것' 이라는 인식은 이제 틀린 말이 됐으니 말이다.
요즘 농구나 축구 등 구기 운동을 취미로 하는 여성 MZ들이 대폭 늘어나고 있다. 동호회 활동은 물론이고 심지어 취미를 넘어 "축구‧농구는 내 삶"이라고 하며 사랑을 표하는 이들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여성 MZ들의 구기운동 사랑은 대체 왜?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MMM팀이 집중 탐구했다.
◆ 여성 농구, 풋살 동아리 및 대회 인기몰이
지난 9월부터 한국 최대 규모의 아마추어 풋살 대회인 '2023 게토레이 5vs5 여성 대회'가 경기도 시흥에서 시작됐다. 이 대회는 경기 시흥을 거쳐 경기 평택, 서울, 창원, 부산, 천안, 전주, 울산 등 전국의 8개 도시에서 다음 달까지 지역 예선을 펼친다. 지난해 대회에서는 총 136팀, 약 3천400명의 아마추어 여성 풋살 동호인들이 참가했다. 올해부터는 중등부 대회를 신설해 한 층 더 규모가 커졌다.
대구에서도 지난 2021년부터 대구시장배여성풋살대회가 열렸다. 첫 대회에서부터 6개 팀 72명의 여성 풋살 동호인들이 참여하더니, 2회째를 맞은 지난해 대회에서는 총 8개 팀 100여명의 선수들이 참가하며 여성 풋살의 인기를 실감케하고 있다.
여성 풋살의 인기는 코로나19가 한몫했다. 2021년부터 여성 연예인들이 축구를 배워보는 TV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이 방영되면서 점차 '여성 풋살'에 대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코로나19 엔데믹 시대를 맞으면서 그동안 제한됐던 단체 스포츠를 즐기려는 욕구가 터졌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여성 풋살 동이인 선수는 2017년 97팀에서 올해 무려 173팀으로 늘었다.
"뚫어 송태섭!"
올해 초 전국 농구 팬들을 마음을 설레게 한 슬램덩크. '농놀 ㄱ?(농구 놀이 고?‧농구 덕질을 의미하는 말)'라는 줄임말로 새로운 밈까지 탄생하게 만든 농구 열풍은 운동하는 여성들의 마음도 간질였다.
풋살과 함께 또 다른 대표 구기종목인 농구. 여성농구 역시 인기다. 한국실업농구연맹은 지난 5월, 처음으로 '2023 전국실업농구연맹전'을 개최했고 서울, 경기, 인천, 부산, 대전, 김천 등 지역별 여성 생활체육농구인이 꾸린 총 6개 팀이 참가했다.
지역에서도 이미 여성 농구 동호회가 여럿 있다. '토,일 오후에 활동 가능한 20~35세 여성 농구인을 모집한다. 초보자도 지원 가능하다'는 안내글이 게시된 온라인 카페가 활성화된 진 오래고 인스타그램에 '여자농구'을 검색하면 숱한 동호회 계정은 물론 5만개 이상의 해시태그를 확인할 수 있다.
대구에서 농구를 즐기는 남성 A(30대) 씨는 "수도권에서는 성인 여자 농구가 활성화돼있다. 남녀가 같이 농구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면서도 "대구는 아직 수도권만큼의 열기는 아니지만, 조금씩 규모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 올해 4월 창단된 GIBB, 이들을 알아보자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이젠 말로만 듣던 MZ여성들의 구기운동 사랑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차례. 자 어디 풋살 팀이나 농구 팀 찾아볼까~ 그중 MMM팀의 눈에 들어온 한 팀이 있었는데…다들 그거 아시나? 대구에서 자라나는 '여성 농구 꿈나무'들이 있는 것을.
주인공은 대구 경일여자고등학교의 교내 농구 동아리 'GIBB('G'yeong'I'l 'B'asket'B'all)'. 아직은 서툴지 모르는 실력이지만, 열정만큼은 태산 같은 그들에게 농구를 한 수 배우러 MMM팀이 직접 나섰다.
"농구는 제 인생이에요. 농구를 안 좋아했으면 무엇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어요"
지난 11일 오후 4시쯤 찾은 경일여고의 체육관. 앳된 얼굴로 수줍은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반짝이는 눈빛을 하고 있는 학생들이 여럿 모여 있었다. "여러분들의 농구 열정을 취재하러 왔다"는 MMM팀의 말에 부끄러움을 타는 것도 잠시, 체육관 바닥에 둥글게 둘러 앉으니 이들의 '열정'은 금세 확인할 수 있었다.
GIBB는 지난 4월, 농구를 너무나 사랑하는 학생들의 의지가 반영돼 창단됐다. GIBB는 "선생님께서 농구부를 만들어보지 않겠냐고 넌지시 제안했다. 처음에는 단 2명으로 시작했고, 아이들이 잘 모이지 않아 창단 자체가 무산될 뻔도 했다. 하지만, 직접 친구들을 섭외해 농구부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어쩌면 초라하게(?) 2명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무려 24명의 학생이 자랑스러운 GIBB다.
"드리블은 농구공을 때리는 것이 아니라 미는 것이다".
지난 4월 29일, 대망의 첫 훈련이 시작됐다. 그야말로 우당탕탕이었다. 코치 선생님은 농구공을 밀어야 한다고 했지만 때리기 바빴고 패스는커녕 모두가 농구공에 시선이 꽂혀 앞만 달려나갔다.
사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드리블과 패스, 아무것도 안되지만 그대로 즐겁다는 게 GIBB의 마음가짐이다. 여전히 앞만 보고 달려가고, 농구공만을 향해 쫓지만, 중거리 슛·레이업·골밑 슛을 연습하며 공을 넣는 재미를 알게 됐다.
이들은 최근 치뤄진 '대구시교육감배 학교스포츠클럽대회 여고부 농구대회'에도 출전했다. 첫 경기부터 강팀을 만났고, 1점차로 아쉽게 석패했다. GIBB는 내년 대회를 목표로 이를 갈고 있다. GIBB는 "2달도 채 연습을 못하고 경기에 나갔다. 처음엔 기장이 많이 됐지만, 경기를 할수록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1년을 더 연습하고 출전할 내년 대회에서는 꼭 '승리'하겠다"고 다짐했다.
GIBB의 소개가 끝난 후, 이들은 바로 코트 위로 달려갔다. 농구공을 드리블하면서 체육관을 3~4바퀴 돌며 몸을 풀었다. 그 다음으로는 3인 속공 패스, 중거리 슛, 레이업, 슛 등을 연습했다. 훈련도 재밌지만, 무엇보다 최고는 진짜 '경기'다. 팀을 나눠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이들의 눈빛은 매섭게 돌변했다.
'통, 통, 통, 통'하는 농구공 소리가 들리기 무섭게 "패스 받으러 아무도 안 와?, 지역 수비 해야지!, 나이스!, 슛!" 얇지만 힘 있는 목소리가 체육관을 가득 채웠다. 손에 얼굴을 맞기도, 디펜스 파울을 범하기도, 넘어지기도 했지만, 얼굴에는 웃음만이 가득했다. 손을 들고 '패스'를 외치고, 공이 끊기자 곧바로 수비를 하러 달려가는 끈기있는 모습도 보였다.
경기 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자 이들의 모습은 달라졌다. 손을 허리춤에 올리거나, 허리를 숙이거나, 가쁜 숨을 몰아 쉬는 학생들이 속출했다. 긴 머리카락은 땀에 젖어 이마에 달라붙었고, 얼굴에는 새빨간 홍조가 올라갔다. 순수하고 부끄럼이 많았던 얼굴에 어느새 '매서움'이라는 단어가 적혀 있는 듯 했다.
경기가 끝난 후의 모습은 또 달랐다. 휘슬이 울리자마자 땅에 철퍼덕 앉는 학생, 에어컨으로 달려가 땀을 말리는 학생, 바로 물과 이온음료를 찾는 학생 등... 이들의 모습은 영락없이 농구가 끝난 후의 '선수'와 다를 바 없었다. 경기가 시작하기 전과 후의 광경은 사뭇 달랐지만,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면 그들의 '웃음 가득한 얼굴'이었다.
◆ GIBB의 열정 "농구는 내 인생이다"
이렇게 농구를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GIBB는 농구를 어떻게 생각할까? 제각각 답변이 조금씩은 달랐지만, 농구에 대한 사랑은 공통이었다. 학생들의 사랑 중 일부를 소개한다.
▷친구들과 같이 놀고 운동하며 공부와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를 푼다. 성취감과 만족감을 동시에 느낀다 ▷중학교때부터 스포츠에 관심이 있었지만, 잊고 살았다. GIBB를 통해 옛 기억을 다시 찾았다 ▷코로나 때문에 친구들을 잘 사귀지 못했는데, 농구를 통해 소중한 친구들을 얻었다 ▷나의 이름을 불러주는 친구가 있음에 소중하다 등이다.
GIBB의 말 하나하나가 소중하지만, 특히나 큰 환호를 받은 멘트가 있다. 바로 "농구는 내 인생이다. 나의 삶의 일부다. 내가 만약 농구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다. 'GIBB 전체를 대변하는 말이 아닐까'는 생각도 할 만큼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들을 지도하는 선생님은 사랑이 가득 담긴 눈으로 제자들을 바라봤다. 제자들의 열정이 흐뭇하면서도, 혹여나 부상을 입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습도 엿보였다. 정호창(32) 경일여고 교사는 "학생들이 열정을 가지고 농구를 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다. 승리를 목표로 하기 보단 지금처럼 땀 흘리고, 열심히만 했으면 좋겠다"면서도 "학생들이 다칠까 염려도 된다. 안전을 제일 중요시하면서, 학생들과 재밌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아 참, 이날 체육관을 찾은 자랑스러운 GIBB 부원 소개를 잊을 뻔 했다.
▷조혜빈(파워포워드) ▷최영은(센터) ▷송혜진(파워포워드) ▷강민지(포인트가드) ▷허수연(슈팅가드) ▷강보경(스몰포워드) ▷이가은(포인트가드) ▷이혜민(파워포워드) ▷윤보영(가드) ▷장미진(포인트가드) ▷박윤서(센터)
MMM은 이들 11명과 현 GIBB 부원 24명, 그리고 앞으로의 GIBB를 언제나 응원할 것이다. 열정만큼은 '슬램덩크'의 '북산고'를 뛰어넘는 이들의 모습이 더 궁금하지 않은가? MMM 인스타그램 계정(@maeil_mz_magazine)에서 확인해주시라! MMM은 더 새롭고 흥미로운 이야기로, 다음 주에 다시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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