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시속으로] 고독한 현대인의 자화상…쇼움갤러리 장혁동 개인전

쓸쓸하고 차가운 공간에 놓여진
얼굴이 지워진 현대인들의 모습
“불안과 외로움 날 것으로 담아낸
이 시대 현대인들의 자화상 탐구”

장혁동, 마주하다, 2023, oil on canvas, 84x120cm.
장혁동, 마주하다, 2023, oil on canvas, 84x120cm.
장혁동, 바라보다, 2020, Oil on canvas, 130x170cm.
장혁동, 바라보다, 2020, Oil on canvas, 130x170cm.
장혁동, 지나가다, 2023, oil on canvas, 100x100cm.
장혁동, 지나가다, 2023, oil on canvas, 100x100cm.

"현대인들의 반복된 일상은 무엇을 위한 것이고 과연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과 마주할 때 우리들은 늘 공허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내가 인식한 공허함과 깔려진 어둠 속의 절망은 궁극의 희망으로 가기 위함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혁동(51) 작가의 작품은 우리 주변의 익숙한 풍경들을 쓸쓸하고 차갑게 담아낸다. 얼굴이 뚜렷하지 않아 감정을 읽을 수 없는 인물들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더하고, 다소 완성되지 않은 듯한 거친 붓질에서는 불안함도 느껴진다.

중견작가의 반열에 들었으나, 어쩐지 그의 이름과 작품은 낯설게 느껴진다. 이번 전시도 대구에서는 처음 선보이는 것.

안동에서 태어난 그는 안동대 미술학과와 동대학 교육대학원, 독일 빌레펠트 대학 조형학과를 졸업했다. 2000년 독일로 건너가 지금까지 독일 빌레펠트와 올덴브룩에 거주하며 프랑스, 룩셈부르크, 독일에서 작품 활동을 해왔다.

20여 년간 이방인으로서의 삶은 자연스럽게 작품에 녹아들었다. 그것은 새로운 환경에 대한 호기심이나 희망보다는, 가치관과 문화의 마찰을 통한 내적 세계의 충돌과 변화, 고뇌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전시장에서 만난 그는 "내가 서 있는 자리가 어디이고 서로 마주하는 이들이 누구며, 지금 어디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지, 내 그림에는 온통 고민투성이였다"며 "시간이 흐를수록 그림 속의 주인공들은 나와 함께 그것을 고민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삶에서 일어나는 심리적 긴장감과 숨겨진 욕망, 불안한 일상, 이방인으로서의 괴리감,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 군중 속의 외로움. 그것들이 결국 어디로 귀결되는 과정인지를 제시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장혁동 작가가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연정 기자
장혁동 작가가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연정 기자

독일에서 결혼을 하고, 생계를 이어나가고자 아르바이트도 마다하지 않았던 그는 작업실에서만큼은 그림을 그리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치유했다. 그의 그림은 대체적으로 인물이 불분명하고 어두운 분위기지만, 계단이나 작은 틈, 문 등 현실을 탈피할 수 있는 탈출구 같은 요소들이 눈에 띈다.

"그림에 새를 그리던 때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독일은 어딜 가나 나와 다른 모습의 사람들뿐이었는데 새만은 고향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죠. 이방인으로서 외로웠던 시기, 큰 위로를 받았었습니다."

그는 빌레펠트에서 작업 활동을 하던 2006년, 정헌메세나 작가상을 수상하며 작품성과 예술성을 인정 받기도 했다. 정헌메세나는 정헌재단이 유럽에서 미술창작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를 후원하고자 2003년 프랑스 파리에서 창립했다.

그의 작품에 대해 김종근 미술평론가는 "작가가 건네는 메시지의 중심에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공허한 삶의 표정, 인간들의 자화상 탐구가 있다. 그의 삶의 울타리에서 보이고 비춰지는 것들에 대한 비장한 응시이자 관심인데, 그것은 곧 우리들의 삶의 표정임을 인지하고 반추하게 만든다"고 했다.

이어 "작가는 이방인으로 살고 있는 낯선 타국에서의 쓸쓸하고 외로운 삶의 풍경을 가감 없이 때로는 비장하게 풀어내고 있다. '예술은 슬픔과 고통을 통해서 나온다'는 피카소의 명언을 그가 증명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했다.

장혁동 작가의 개인전은 오는 29일까지 쇼움갤러리(대구 동구 효신로 4)에서 만나볼 수 있다. 053-745-9890.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