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4인4쌤의 리얼스쿨] 행복한 교실 만들기 위한 첫걸음은 '소통'

배려 있는 말하기, 교사도 가끔은 어렵지만 그럴수록 노력해야
'메러비언의 법칙'… '~^^', '♥' 등 비언어적 표현의 위력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처음으로 아이들을 만나는 3월 2일. 아이들과 첫인사를 나눈 뒤 칠판에 세 개의 학급 경영 키워드를 적는다.

'배려, 협력, 경청'

매년 나의 학급 경영의 키워드는 변함이 없다. 그중 마지막 키워드인 '경청'에 대해 특별히 강조한 뒤 경청을 위해 어떤 자세가 필요한지 아이들에게 묻는다. 골똘히 생각하던 학생들에게서 "딴생각하지 않아야 해요", "말하는 사람을 쳐다봐요", "고개를 끄덕여줘요." 등 다양한 답변이 나온다. 거기에 나는 한마디 덧붙인다. "끝까지 들어야 해요."

개학하는 첫날, 아이들과 얼마나 소통을 잘했는지가 일년살이를 결정짓는다. 그만큼 소통은 중요하다. 초임 때는 이것저것 아이들에게 말해주고 싶은 것이 많아 소통이라기보다는 일방적인 전달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행복한 교실을 만들기 위한 첫걸음은 '경청'이 아닐지 생각하며 소통에 대한 나의 경험을 공유해 본다.

◆배려 있는 말하기는 교사인 나부터

초임 시절, 우리 반 아이들이 피구 게임을 할 때였다. 처음에는 별문제 없이 신나게 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여자팀 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공격하는 팀에서 순서가 뒤섞여 누가 해야 하는지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었다. 다행히 순서는 정해졌고 차례대로 공격하기로 했는데, 공을 차던 친구가 잘못 하는 바람에 아웃이 됐다.

"바보같이 그렇게 차면 어떡하니?"

내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에 짓궂은 남학생들은 그 여학생을 바보라고 놀리기 시작했다. 놀리던 남학생을 불러 타일렀지만, 속으로는 '그런 말을 할 자격이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작 상처를 줬던 나는 누구에게도 꾸중을 듣지 않았다. 우리 반 남학생들이 나에게 꾸중을 들었을 뿐이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솔선수범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 말도 마찬가지다. 지금 돌이켜보면 미안하고 부끄러워진다. 그 뒤로 내 행동이 잘못됐을 때마다 망설임 없이 "미안해"라고 말한다. 그러면 학생들은 멋쩍게 웃으며 "괜찮아요"라고 대답한다. 참 고마운 일이다.

20여 년 전, 그 아이가 이메일을 보내왔다. 이젠 어엿한 사회인이 됐다며 반가운 소식을 전한다. 고마운 마음보다 미안한 마음이 앞서 바로 연락할 수 없었다. 그러나 용기를 내 연락을 했다. 전화기 너머 반가운 목소리, 보고 싶다고 한다. 만나자고 약속하며 전화를 끊었다. 만나면 그동안 마음에 담아뒀던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행복한 관계 형성을 위한 소통 법칙

'참 잘했다' 이 네 글자는 어떤 표정으로 어떻게 말하는가에 따라서 그 의미는 정반대가 된다. 정말 잘해서 칭찬의 말로도 쓰이지만, 너무 못한 경우 반어법으로도 사용하기 때문이다.

'메러비언의 법칙'은 한 사람이 상대방으로부터 받는 이미지는 시각이 55%, 청각이 38%, 언어가 7% 차지한다고 하면서 비언어적 표현의 중요성을 우리에게 말해준다. 즉, 말하는 사람의 표정이나 몸짓이 가장 큰 영향을 주고, 그다음은 목소리이며 정작 중요한 말의 내용이 전달하는 바는 그 영향력이 가장 적게 차지한다. 쉽게 말해 '좋아한다'와 '싫어한다'와 같은 감정이 들어 있는 대화에서 특히 말의 내용보다는 말하는 사람의 억양이나 신체언어와 같은 비언어적 메시지가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원격수업을 하면서 말하기도 하지만 대면으로 이뤄질 때와는 달리 전달력에 있어 한계를 느끼는 경우도 많았다. 원격수업이 텔레비전에 나오는 방송처럼 수업 언어를 더 조심스럽게, 비언어적 표현은 가급적 자제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은 소통 과정에서 오해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 들기도 했다. 내가 한 말이 의도대로 잘 전달됐는지 아이들의 반응을 화면에 보이는 것만으로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지금처럼 다시 아이들과 교실에서 얼굴을 마주하고 수업한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에 대해 한 번 더 느꼈다. 언젠가 우리 반 아이들과 온라인 대화창에서 한 가지 특징을 발견했다. 문장의 끝에 마침표로 끝나는 경우보다 '~^^, ♥' 등의 기호를 붙이는 경우가 많았다. 마치 대화할 때 몸짓과 억양의 비언어적 표현이 중요하듯 문자로 주고받는 대화에 비언어적 표현처럼 말이다. 이유를 생각해보니 마침표로 끝나는 것이 무미건조해 보이고 혹시 기분이 상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에 그랬던 것이다.

우리는 많은 상황에서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과 소통한다. 소통을 통해 긍정적인 관계뿐 아니라 부정적인 관계도 형성하게 된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중요한 건 진심 어린 마음을 표현해야 한다는 것과 소통으로 생긴 오해를 푸는 방법 역시 소통, 즉 대화라는 것이다. 말 그릇에 진심 어린 마음을 담아 전하면 풀리지 않았던 오해가 풀리고 화해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도 나는 말 그릇에 무엇을 담을지 진심을 담아 고르고 또 고른다.

교실전달자(초등교사, 짱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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