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꽃의 전설' '수라' '어파이어' '여덟 개의 산' '스크래퍼' 모두 영화 제목이다. '물꽃의 전설'은 제주 해녀 다큐이다. 감독은 제주 출신 고희영이다. 고희영 감독의 또 다른 제주 해녀 다큐가 있다. '물숨'이다. 영화 '수라'의 수라는 새만금의 마지막 갯벌 이름이다. 감독은 황윤이다. '물꽃의 전설'과 '수라'의 바다는 경이롭다. 그런데 아픈 바다다. '물꽃의 전설'의 제주 바다에서는 더는 물꽃을 볼 수 없다. '수라'의 새만금에서는 더는 도요새의 황홀한 군무를 보기 어렵다.
'어파이어'는 독일 영화다. 감독은 크리스티안 펫졸드이다. 2023년 제73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작품이다. 기후 위기 때문에 산불이 타오른다. 이 영화의 주요 사건이다. 타오르는 것은 단지 산불이 아니었다. 이 산불로 인해 청년들이 별장에 갇힌다. 이 청년들의 마음에도 산불처럼 욕망과 사랑, 질투가 타오른다. '여덟 개의 산'은 이탈리아 작가 파올로 코녜티의 소설 '여덟 개의 산'을 원작으로 한다. 감독은 펠릭스 반 그뢰니엥이다. 벨기에 감독이다. 2022년 제75회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은 작품이다. 알프스를 배경으로 도시 소년 피에트로와 시골 소년 브루노의 깊어 가는 우정을 그린 영화다.
'스크래퍼'는 영국 영화이다. 감독은 샤롯 리건이다. 2023년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작품이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오프닝 크레딧을 장식한다. 그런데 영화는 이 속담에 엑스 자를 긋는다. 그리고 그 자리에 새로운 문구가 표기된다. '나 혼자서도 충분하다'는 문구이다.
이 영화를 서울에서 본 게 아니다. 영화제의 도시 부산에서도 본 게 아니다. 대구에서 봤다. 대구 오오극장에서 본 영화들이다. 하고 싶은 말은 이렇다. 자연 생태계가 아름다운 이유가 있다. 다양한 종이 살아서 그렇다. 한 가지 종만 산다면 생태계가 아니다. 문화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장르의 공존이 건강한 문화 생태계의 기본이다. 오오극장이 있었기에 제주와 수라의 바다를 만날 수 있었다. 오오극장이 있었기에 대구에서 독일, 영국, 이탈리아의 유럽 영화를 볼 수 있었다.
보도에 따르면 2024년도 지역 영화 활성화 사업 예산 12억 원이 전액 삭감되었다고 한다. 120억 원이 아니라 12억 원이다. 12억 원에 불과한 예산을 삭감하다니, 안타깝다. 지역 영화 생태계의 앞날이 밝은 게 아니다. 지역 문화의 퇴보는 불가피하다. 지역 영화 활성화 사업 예산만 이런 게 아니다. 지역 서점 활성화 예산도 전액 삭감되었다고 한다. 올해 책정된 지역 서점 활성화 예산은 11억 원이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지역 서점 활성화 예산 전액 삭감으로 전국 지역 서점에서 진행한 750여 개의 프로그램을 내년부터는 볼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믿고 싶지 않은 뉴스이다.
한국 문화의 바탕은 지역 문화이다. K-컬처로 불리며 세계 시민의 사랑을 받는 한국 문화의 토대가 바로 지역 문화이다. 오오극장도 그렇고 대구의 지역 서점들은 지역 문화의 소중한 장소이다. 대구 시민들이 오오극장에서 계속 다양한 다큐와 영화를 즐길 수 있기를 기대한다. 더불어 대구 시민들이 지역 서점에서 우리 시대의 작가를 만나고 그들의 책을 즐기기를 기대한다. 지역 문화 지원 예산을 삭감하는 현 정부를 대신하여 대구시의 지혜로운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 경제가 지역을 살리는 전부이지는 않다. 문화의 몫이 상당하다. 아니 고쳐 말해야겠다. 문화가 지역을 살린다. 우리 오오극장에서 더 만나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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