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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 농산물에 ‘생산연도 표시’ 의무화…현장에선 "생산비만 늘었다" 불만

유통, 소비 기간 짧아 연도표시 무의미
스티커·스탬프 부착하느라 비용·인력·시간 늘어

추석 연휴를 보름여 앞둔 9월 11일 대구 북구 매천농산물시장의 한 과일가게에 사과가 진열돼 있다.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추석 연휴를 보름여 앞둔 9월 11일 대구 북구 매천농산물시장의 한 과일가게에 사과가 진열돼 있다.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농산물을 불투명하게 포장한 경우 '생산연도 표시제'를 지키라는 정부 방침에 생산자들이 불필요한 규제로 생산비만 늘었다고 불만을 쏟아 내고 있다.

18일 경북 농산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7월부터 개정 '식품 등의 표시기준', 이른바 농산물 생산연도 표시제를 시행하고 있다. 소비자 알 권리를 보장하고자 종이상자 등 불투명 포장재에 담은 농산물에는 생산연도·생산연월일·포장일 가운데 하나를 표기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형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식약처는 기준 개정을 처음 검토한 2020년 5월 당시 불투명 포장재뿐만 아니라 투명 포장재에 대해서도 농산물 생산연도 표시제를 적용하고자 했다. 그러나 농업 현장의 거센 반발에 부딪치자 투명 포장은 제외했다.

그럼에도 현장에선 불필요하게 비용 부담만 커졌다고 지적한다.

수확 후 일정 기간 저장해 두는 사과, 배, 마늘 등은 애초에 생산연도와 출하연도가 다를 때가 많아 연도표기가 소비자에게 무의미하고, 저장성이 없는 오이 등은 수확 후 바로 소비해야 하므로 생산연도를 표기할 필요조차 없다는 것이다.

경북 한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관계자는 "별도 스티커를 부착하거나 잘 지워지지 않는 소재로 날짜 스탬프를 찍느라 포장 비용과 인력이 추가로 늘었다"며 "농민들도 이로 인해 소득이 다소 줄고 납품에 드는 시간도 늘었다며 불만이다"고 말했다.

문경 한 과수농민도 "저장성이 좋은 사과는 가을에 수확해 일부를 저온저장고에 최장 반년쯤 보관했다가 이듬해 출하하곤 한다. 뛰어난 저장 기술 덕에 오래 뒀다고 맛이 덜하지도 않다"며 "그럼에도 생산연도가 지났다는 이유로 구입을 꺼리는 소비자가 있다. 사과 수확기를 상반기로 당기기는 힘드니 햇사과만 팔아야 할 지경"이라고 했다.

영양고추.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매일신문 DB
영양고추.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매일신문 DB

정치권에서도 제도개선 요구를 내놓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1일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에서 "미국은 농산물 생산연도 표시를 자율 결정토록 하고, 유럽연합(EU)은 생산연도 표시 의무화 대상에서 신선 과일·채소는 제외해 농민 편의를 제공한다. 우리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농식품부는 "생산자 단체의 의견을 받아 제도개선 방안을 찾고 있다. 담당 부처에도 개선안을 전했다"고 답했다. 다만 식약처는 "불투명 포장재 농산물은 소비자가 구매할 때 육안으로 상태를 확인할 수 없다. 때문에 현행 기준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생산연도 표시제가 제대로 자리 잡으려면 장기 보존 시 변질될 수 있는 품목을 추려 적용하는 것이 옳을 것"이라면서도 "소비자가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불투명한 포장에다 불량 농산물을 속여 담는 경우를 막으려면 일정 수준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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