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 도시의 거실, 달성 도서관

2천억원 투자해 3대 거점별 공공도서관 건립 시동 건 달성군 관심
책 덜 읽는 세태 속 도시복합문화공간으로의 업그레이드가 관건

정욱진 뉴스국 대구권 본부장.
정욱진 뉴스국 대구권 본부장.

"도서관은 그저 책을 읽고 빌려 주는 곳에서 복합문화공간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도시 복합문화공간으로서 도서관을 '도시의 거실'이 되게 하기 위해서는 건축적으로 잘 디자인돼야 하고, 어느 정도 규모가 있어야 합니다. 물론 소프트웨어적으로도 탄탄한 콘텐츠가 담겨야 사람들의 눈길과 발길을 끌 수 있겠지요."

지난여름 일본 규슈 사가현 다케오 시립도서관에서 만난 미조카미 마사카츠 도서관장은 '책을 덜 읽는 세태 속에 미래의 도서관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미조카미 관장의 말대로 다케오 시립도서관은 내부의 웅장함은 물론 외관의 디자인도 무척 세련되면서 예뻤다. 건물 곳곳에 포토존이 있을 정도로 많은 방문객들이 카메라에 도서관을 담고 있었다.

인구 5만 명 남짓한 소도시인 다케오시가 단숨에 규슈를 대표하는 관광도시로 탈바꿈한 것은 연간 100만 명이 찾는 다케오 시립도서관 덕이라고 한다.

하지만 다케오 시립도서관이 처음부터 시민들의 사랑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00년 10월 개관한 이 도서관은 당시엔 소수의 지역 주민만 찾는 등 '존재감'이 없는 곳이었다. 이용자 수를 늘리고자 휴관일도 줄여 봤지만 별 소용은 없었다.

미조카미 관장은 "책을 좋아하는 일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간으로는 '백약이 무효'였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흥미를 줄 수 있는 게 뭘까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그래서 찾은 콘셉트가 ▷언제든지 이용이 가능한 도서관 ▷마음이 편해지는 도서관 ▷여러 가지 체험이 가능한 도서관 등이다.

이를 위해 다케오시는 지난 2013년 지정관리자제도를 도입하면서 일본 최대의 프랜차이즈 서점 '츠타야'를 운영하는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CCC)에 도서관 운영을 통째 맡겼다. 공공도서관 운영권을 민간 업자에게 준 것이다.

국내에서도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라는 단행본이 소개될 정도로 유명한 CCC의 운영 노하우는 다케오 시립도서관 곳곳에 스며들었다.

개방형 서가가 늘어났고, 도서관 안에 각종 잡지와 정기 간행물을 판매하는 서점까지 들어섰다. 또한 스타벅스 카페도 입점했다. 미조카미 관장은 "공공시설이다 보니 우리도 지역 커피 업체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오게 하려면 유명한 브랜드여야 했고, 결국 스타벅스라는 브랜드 파워가 사람들을 불러왔다"고 했다.

조용히 책만 읽어야 했던 기존 도서관에서 벗어나, '언제든지 이용 가능하고, 편안하게 머무를 수 있는 도서관'이라는 다케오 시립도서관의 취지는 대성공을 거뒀다. 2013년 리뉴얼 재개관 이후 다케오 시립도서관 이용객은 25만 명에서 100만 명으로 4배가 늘었다.

최근 대구 달성군이 2천억 원이 넘는 군비를 투입해 ▷다사읍 지역을 중심으로 한 북부권 ▷유가읍·현풍읍 테크노폴리스지구 내 남부권 ▷화원읍 중심 중부권 등 3대 거점별 공공도서관 건립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해 취임한 최재훈 달성군수의 '도서관 사랑' 때문이다. 최 군수는 미래의 도서관은 동네 주민들의 책을 읽는 공간은 물론 미팅 장소 등 다양한 커뮤니티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케오 시립도서관의 운영 목표와 무척 닮았다.

'일반 도서관은 책을 모으고, 좋은 도서관은 사람들을 오게 하지만, 최고의 도서관은 커뮤니티를 만든다'는 말이 있다. 달성군이 조성 중인 대형 공공도서관들이 지역 커뮤니티의 중심은 물론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관광 명소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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