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이준석의 눈물

정경훈 논설위원
정경훈 논설위원

"눈자위에 충혈된 혈관과 수축된 근육에 수반하는 의미 없는 것." '진화론'의 창시자 찰스 다윈의 '눈물'에 대한 정의이다. 눈물은 생물체의 생존 투쟁에서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진화심리학자인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의 오렌 하손 교수는 다른 의견이다. 상대방과 원만한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수단으로 진화한 것이 인간의 눈물이라는 것이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주장이다. 정치인들이 호소할 게 있거나 정치적 위기에 몰렸을 때 눈물을 쏟아내는 것을 보면 특히 그렇다. 정치인들이 눈물을 흘리는 이유에 대해 행태심리학자 주디 제임스는 "유권자들이 자신을 푸근하게 생각해 지지도를 높일 수 있다고 믿는다"고 분석한다.

이런 전략이 먹히지 않고 '악어의 눈물'로 조롱당하는 경우도 많다. '악어의 눈물'은 "나일강의 악어는 사람을 잡아먹고 난 뒤 그를 위해 눈물을 흘린다"는 고대 이집트의 속설에서 비롯된 표현으로, '동정심과 연민을 자아내려는 가짜 눈물'이란 뜻이다. 많은 사례가 있지만 한 가지만 들자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눈물이다. 푸틴은 2012년 3선에 성공한 뒤 TV로 생중계되는 승리 연설 도중 눈물을 흘렸다. 그러자 당시 푸시킨 광장에 1980년 개봉된 영화 제목에서 따온 '모스크바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는 문구가 적힌 전단지가 뿌려졌다. 푸틴의 눈물은 진정성 없는 정치적 퍼포먼스라는 것이다. 평소 '냉혈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 그였으니 충분히 그럴 만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비슷한 의심을 받았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때 형과 형수에게 '쌍욕'을 한 데 대해 그 연유를 설명하며 "잘못했다. 인덕이 부족했다. 이런 문제로 우리 가족의 아픈 상처를 그만 헤집으라"라며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고인이 된 형의 영정 앞에서는 물론 형수에게 먼저 사과했다는 소리가 없어 지지율 만회를 노린 '눈물 쇼'라는 의심을 피하기 어려웠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통령을 맹비난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다. 자신의 정치적 곤경 탈피를 위한 쇼가 아니냐는 것이다. 지난 대선 때 '가출'을 시작으로 툭하면 내부 총질을 일삼아 온 지금까지 언행의 당연한 귀결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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