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옥은 중등 교사로 고등학교에서 국어, 문학, 문법을 가르쳤다. 학교에서 윤옥의 인기는 영 별로다. 학교 관리자들은 윤옥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고 동료 선생님들의 평가도 엇갈렸다. 누군가는 고집스럽고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으로, 누군가는 단단하고 외로워 보이는 사람으로 윤옥을 기억했다. 정년을 2년 앞둔 해, 윤옥은 2학년 문과반 담임을 고집한다. 교감은 회유했지만 윤옥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 반에 뇌병변장애를 앓는 학생 시영이 있기 때문이다.
시영은 윤옥의 동생 '지호'를 떠올리게 한다. 지호와 윤옥은 열 살 때 헤어졌다. 그때 윤옥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엄마의 외벌이로 겨우 살아가던 때였다. 지호는 목사가 운영하는 기적의 집에 보내졌다. 사범대학에 입학한 뒤 윤옥은 기적의 집을 찾았지만 지호는 없었다. 엄마는 "그런 애들은 원래 오래 못 산다"고 했다.
대학 졸업 후 첫 부임한 학교에서 윤옥은 대학 동기인 정훈을 마주한다. 정훈은 민들레 야학을 운영하고 있었다. 윤옥은 정훈의 말과 당돌한 학생 '수연'의 태도에 교원노조 가입 서류를 냈고 학교에서 곧 파면 당한다. 윤옥은 정훈과 함께 풀뿌리 서점을 세우고 야학 운영을 한다. 일은 고단하지만 보람 있다. 그러나 수연과의 사이엔 금이 가버린다. 어긋난 틈 사이로 정훈이 파고든다. 수연과 정훈이 함께 있는 본 윤옥은 다시는 풀뿌리 서점에 가지 않는다.
정년퇴직을 앞둔 시기, 끝을 준비해야 하는 때 윤옥의 마음에는 열정이 불같이 일어난다. 그 이유는 윤옥도 알 수 없다. 지나버릴 시절에 제대로 작별을 고하지 않아서일까. 그러다 윤옥은 낯선 서류 봉투를 건네받는다. 거기에는 엄마의 편지와 DVD, 엄마가 쓴 메모가 있었다. 동생 지호를 보내고 살아남는 데에 생애를 바쳤던 엄마에게 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걸까.
교권추락 이슈가 연일 화제다. 올해 7월 18일. 서이초에 근무하던 젊은 교사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악성 민원이 원인이었다는 소문과 2년 차 새내기 교사라는 이야기가 세상에 전해졌다. 이 일로 전 국민이 애도와 공분에 휩싸였고 교사 집회가 연일 이어졌다. 학생들의 인권을 위해 나섰던 교사들이 이제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 모였다. 그들은 같은 마음으로 교권 확립을 위해 한 목소리를 냈다.
윤옥의 이야기는 제13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지켜야 할 세계>로 출간됐다. 당선자 문경민 작가는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다. 작가는 이 작품이 "부디 사람을 살리는 소설이 되기를 빈다"고 밝혔다. 이 말은 지금 시대가 겪는 중인 가슴 아픈 사건들과도 무관하지 않다. <지켜야할 세계>는 불의의 사고로 죽음을 맞이한 고등학교 국어 교사 정윤옥의 삶을 찬찬히 톺는다. 죽음에 굴복해버린 줄 알았던 한 인간이 실은 세상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음을 보여준다.
작가는 이 소설을 부수고 다시 지으며 서이초의 선생님을 떠올렸다. 시간을 거스를 수 있다면 당장 어둑한 교실로 들어가 그를 붙잡았을 거라고 말한다. 사는 것이 꺾이고 구부러지고 금이 가는 것일지 몰라도 죽지 말라고, 이 밤을 버텨내라고….
이 소설은 죽음으로 시작해 죽음으로 끝을 맺지만 어쩌면 읽는 이를 살릴지도 모른다. 온전히 자신으로 사는 그 고집이 당신의 세계를 지키는 일이라고 이 소설은 토닥인다.
지금의 시대에 꼭 필요한 소설이다. 제13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심사위원들은 이 소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번 수상작은 읽고 난 후 오랫동안 '내가' 혹은 '우리가' 지켜야 할 세계를 곱씹게 한다." 256쪽, 1만 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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