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헤라자드 사서의 별별책] <91> 어둠을 걷는 아이들

크리스티나 순톤밧 지음·천미나 옮김 / 책읽는곰 펴냄

크리스티나 순톤밧 지음·천미나 옮김 / 책읽는곰 펴냄
크리스티나 순톤밧 지음·천미나 옮김 / 책읽는곰 펴냄

빛은 항상 선하고 정의로우며, 어둠은 악하고 옳지 않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사람들의 이런 생각을 이용해서 차타나 도시의 빛을 통제하며 권력을 유지하는 총독과 정의와 자유를 지키기 위해 맞서는 아이들의 이야기 '어둠을 걷는 아이들'을 소개한다.

태국계 미국인 크리스티나 순톤밧은 서른 살이 넘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 20권이 넘는 동화와 그림책을 집필했으며, 지금도 왕성한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작가 크리스티나는 어둠과 빛으로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부조리를 아이들의 시각으로 풀어내 뉴베리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2021년 '어둠을 걷는 아이들(A wish in the dark)'로 픽션, '모두 열세 명(All thirteen)'으로 논픽션 2개 부문을 같은 해에 수상한 유일한 작가이며, 현재까지 3번의 뉴베리상을 수상하였다. 작가는 어린 시절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을 보고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으며, 이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남원 교도소에 갇혀 지내는 퐁과 솜킷이 망고나무의 열매를 먹으려고 하는 장면에서 이 책은 이야기가 시작된다. 두 아이의 어머니 모두 절도죄로 이곳에 들어와 아이를 낳다가 세상을 떠났다. 재소자의 아이는 13세가 되기 전까지 이곳에 있어야 한다. 차타나의 법이다. 총독은 차타나 도시의 빛 오브로 도시를 통제하고 오브는 도시의 밤을 밝혔다. 이 도시는 범죄자나 가난한 사람들에게 어둠 속에 살아야 한다는 규율과 질서에 따라 어둑한 보라색 오브의 이스트사이드와 부유하고 상류층 사람들이 살고 있는 밝고 아름다운 황금빛 오브가 있는 웨스트사이드로 구분되어 살아가고 있다.

총독이 교도소를 방문하는 날 퐁, 솜킷, 교도소장 딸 녹은 총독을 접견하며 마주하게 된다. "빛은 그것을 누릴 자격이 있는 이들에게만 비추느니라. 다른 이들은 모두 어둠 속으로 떨어진다."라고 총독은 재소자인 퐁과 재소자들을 향해 차갑게 말한다.

퐁은 우연한 기회에 감옥을 탈출해 산속 깊은 사원에서 참 사부를 만나 사미승이 되어 몸과 마음이 성장한다. 퐁의 스승 참 사부는 "언제나 우리 중에 가장 연약한 이가 가장 큰 축복을 누려야 마땅한 법이지."라고 말하며, 가난하고 불쌍한 이들의 마음속에 선하고 정의로운 마음의 불씨를 키워준다. 늙은 참 사부의 죽음으로 자유를 찾아 다시 도시로 돌아온 퐁은 친구 솜킷과 재회하고, 교도소장의 딸이자 상류층 아이 녹은 도망자 퐁을 쫓으며 이야기는 전개된다. 통치자 총통의 억압과 폭정에도 굴하지 않고, 정의와 평등 그리고 진정한 자유를 위해 아이들과 이스트사이드의 사람들은 용감히 맞서 싸우면 나아간다.

작가는 이 세상 모든 어린이와 사람들에게 어둠으로부터 도망치지 말고, 빛을 비추어 세상을 밝히라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세상을 비추는 법을 퐁과 솜킷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은 평소 접하기 어려운 동남아시아 태국의 문화와 전통을 경험할 수 있는 동화로서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모두 읽기 좋은 책이다.

상상의 도시 차타나를 환하게 밝히고 있는 아이들과 함께하실 분들께 이 책을 권한다.

이정란 경상북도교육청 행정자료실 사서
이정란 경상북도교육청 행정자료실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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