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 드라마‧영화 속 한글 자막, 이유있는 인기…왜?

청각 장애인용 배리어프리로 도입
한글 자막 상용화에 비장애인들도 호응
대사 잘 안들리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 집중↑

한글 자막이 표시된 영화 밀수의 한 장면. 네이버 영화
한글 자막이 표시된 영화 밀수의 한 장면. 네이버 영화 '밀수' 티저 예고편 캡처.
OTT 서비스 넷플릭스의 음성 및 자막 설정 화면 캡처
OTT 서비스 넷플릭스의 음성 및 자막 설정 화면 캡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주로 활용되던 청각 장애인용 '한글 자막'(CC)이 최근 한국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CC는 폐쇄형 자막이라는 뜻의 'Closed Cpation'의 약자로 외국 영상에 삽입된 한국어 자막과는 차이가 있다. 한글 자막은 시청자가 영상의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대사와 더불어 등장인물의 이름, 장소, 음향 등도 함께 표시를 한다.

애초 한글 자막은 청각 장애인을 위한 배리어프리(barrier free‧장애인 및 노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편하게 살아갈 수 있게 물리적인 장애물 등을 제거하자는 운동)의 하나로 OTT 서비스에서 먼저 도입됐다. 2016년 한국에 진출한 넷플릭스가 국내 처음으로 한글 자막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티빙, 왓챠 등 국내 OTT 서비스도 한글 자막을 제공하고 있다.

한글 자막 상용화에 비장애인들도 호응하는 분위기다. 최근 법정물, 의학물 등 콘텐츠에서 대사가 잘 들리지 않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지면서 한글 자막은 드라마 몰입을 위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대중교통 등 이동 시에 휴대전화 영상을 많이 보게 되면서 외부 소리 등에 시청을 방해받지 않기 위해 자막이 필수 요소가 됐다.

직장인 A(30) 씨는 "이야기 흐름을 좀 더 명확히 알고 싶어서 한글 자막을 무조건 켠다. 마치 대본집처럼 문 여는 소리, 주인공 한숨 소리 등도 다 표기가 돼 몰입이 잘 된다. 드라마 뿐 아니라 예능도 한글 자막으로 함께 본다"라며 "최근 젊은층이 영상을 2~3배속으로 빨리 보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도 자막이 있으면 말을 알아듣기 더 쉽다"고 말했다.

한글 자막 영화 홍보 포스터. 영화진흥위원회
한글 자막 영화 홍보 포스터. 영화진흥위원회

한글 자막 열풍에 영화관들도 본격 한글자막 도입에 뛰어들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지난 7월부터 제작 및 배급사와 사전 협의를 진행한 작품에 한해 한글자막을 볼 수 있도록 했다. 개봉작의 전체 상영회차에서 부분적으로 한글자막 회차가 편성되는 식이다.

7월 개봉한 국내 영화 '밀수'는 한국 영화 역사상 처음으로 CC가 나왔고 지난달 개봉한 '1947 보스톤' 역시 한글 자막 버전이 개봉됐다. 대구에서는 ▷메가박스 대구 이시아 ▷CGV 대구 한일 ▷롯데시네마 대구광장 ▷롯데시네마 동성로점 등이 한글 자막 상영관으로 선정됐다.

영진위 관계자는 "12월까지 한국영화의 신작들이 CC를 넣어 상영될 예정이며, 향후 시각장애인 관객을 위한 상영 계획도 있다. 시각장애인의 영화 관람을 위해서는 화면해설(AD)이 필수적이다. AD와 함께 영화를 관람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청취 기기가 필요한데 준비 기간을 거친 뒤 연말쯤 화면해설 영화 상영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글 자막이 오히려 방해가 된다며 기피하는 목소리도 있다. 대학생 B(24) 씨는 "한글 자막을 켜면 시선이 자막으로 향해 오히려 영상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몰입감과 집중력이 떨어져 한글 자막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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