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더러운 평화와 이기는 전쟁

박헌경 변호사

박헌경 변호사
박헌경 변호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우전쟁이 장기전으로 바뀌어 전선이 교착된 가운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 정파 하마스가 지난 10월 7일 '알아크사 홍수 작전'의 시작을 알리면서 이스라엘에 수천 발의 로켓을 발사하였다. 하마스 대원들은 가자지구와 이스라엘 사이의 장벽을 뚫고 침입하여 민간인들을 학살하고 수백 명의 이스라엘 인질을 납치해 갔다. 이스라엘도 반격에 나서 하마스에 대한 대대적인 보복을 선언하고 가자지구를 봉쇄한 후 연일 공습을 이어가면서 가자지구는 지옥으로 변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경계에 군대를 집결하면서 지상군 투입으로 인한 전면전이 초읽기에 들어가자 하마스를 지원해 온 이란은 전쟁 개입 가능성을 언급하며 경고장을 날렸다. 이란 참전 시 전쟁의 파장이 중동을 넘어 세계로 파급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짙어지고 있다. 미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핵추진 항공모함인 제럴드 포드 항모 전단을 이스라엘 인근 동지중해에 배치하였다. 미국으로서는 우크라이나와 중동 두 지역에 동시 전쟁터가 열린 것이다.

나폴레옹 전쟁이 끝나고 오스트리아 제국 수도 빈에서 1815년 개최된 빈 체제를 계기로 유럽 열강들 사이에 약속된 세력 균형이 이루어져 그 후 100년 동안 유럽에서 큰 전쟁 없이 평화가 계속되었다. 그러나 오랜 평화 후에 1914년 1차 세계대전과 1939년 2차 세계대전이라는 큰 전쟁이 터졌다. 1945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연합국 회의에서 전쟁을 막고 국제 질서를 조정하기 위해 UN이 창설되었다.

UN이 창설된 이후로 큰 전쟁 없이 평화가 80년 가까이 지속되었으나 또다시 세계대전의 위험이 꿈틀거리고 있다. 미국 시사 매체 '내셔널 리뷰'는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이 미국 주도 세계 질서를 뒤엎으려고 위험한 동맹을 조직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이들 네 국가는 미국 주도 세계 질서를 대체하기 위하여 적극 공조하고 있다. 북한과 러시아의 정상이 만나 북한은 러시아에 탄약을 공급하고 러시아는 북한에 첨단기술을 이전하는 회담을 하였다. 또 러시아는 이란으로부터 드론과 탄도미사일을 제공받는 대신 이란에도 첨단기술을 제공하려 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가까워지고 있는 가운데 북한과 이란은 핵 개발 기술을 공유하고 있다. 이들 네 독재국가가 결탁하여 추축국을 형성할 경우 제3차 세계대전이 발발할 수도 있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기는 전쟁보다 더러운 평화가 낫다"고 말하였다.

을사조약으로 나라를 일본에 팔아넘긴 매국노 이완용은 자신은 이기는 전쟁보다 더러운 평화를 선택하여 조선 백성을 일본과의 전쟁 수렁에서 건졌다고 변명하였다. 과연 이기는 전쟁보다 더러운 평화가 나은 것인가. 적이 침략해도 평화를 외치면서 무장해제하고 적의 압제에 굴복하여 노예처럼 살아가는 것이 옳은 것인가.

거란이 대군을 이끌고 고려를 침범하였을 때 고려 조정에서는 거란에 항복하고 평화를 구걸하자고 하였다. 그러나 강감찬 장군은 이에 반대하여 전략상 일시 후퇴할 것을 주장하여 왕을 모시고 나주로 피난하였다가 힘을 기른 후 재침한 거란의 10만 대군을 귀주에서 섬멸하였다. 귀주대첩이다. 누구도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전쟁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전쟁은 모두에게 비극이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동맹을 강화하고 자주국방의 힘을 길러야 하는 것이고 불량국가들과의 대화와 소통도 강화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힘을 기를 때 불량국가들의 오판으로 혹 전쟁이 일어나게 되더라도 나라를 지키고 굴종 대신 평화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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