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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의 실크로드’ 북극항로 러시아 개발 본격화…북방항로 거점항 포항 영일만신항은

푸틴 대통령 ‘중국 일대일로처럼 북극항로 개발 국가간 공동 개발’ 타진
영일만신항 중요도 높아져…신냉전 체재 속 항만물류 발전 장기 계획 필요

포항시 북구 흥해읍 영일만신항 전경. 매일신문DB
포항시 북구 흥해읍 영일만신항 전경. 매일신문DB

러시아가 북극해 항로(이하 북극항로)에 대한 본격적인 다국가 연합 개발을 제안하면서 북방항로(북쪽방향 항로) 거점항인 경북 포항 영일만신항의 역할이 재조명받고 있다.

처음부터 북방항로를 염두에 두고 만든 포항 영일만신항은 북극항로의 상시 운항이 이뤄지면 항만물류산업의 비약적인 도약이 예상된다. 다만, 부산항과 강원 동해항 등이 현재 북극항로 거점항 지정을 두고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라 북극항로 개발에 따른 경북지역의 선제적 대응이 요구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8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3회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 개막식'에서 "중국 일대일로 구상이 성공하고 있다"고 평가한 뒤 "러시아의 북극항로 개발에도 많은 국가의 참여를 바란다"고 제안했다.

특히, 내년부터 북극항로에서 쇄빙선의 연중 항해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파트너(타 국가)들에게 북극항로의 잠재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뿐 아니라 개발에 직접 참여할 것을 초대한다"고 했다.

'꿈의 해양 실크로드'라고도 불리는 북극항로의 상시 운항이 가능해지면 중국~일본~한국~러시아~유럽을 잇는 유라시아 물류의 혁신이 가능해진다.

인도양~수에즈운하~지중해로 가는 기존 서남방항로보다 북극해를 바로 가로지르는 북극항로는 화물선의 운항시간과 운송비용을 30% 이상 크게 감축시킬 수 있다.

포항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기존 서남방항로는 24일(2만100여㎞)가량이 걸리지만, 북극항로는 14일(1만2천700㎞)이면 운항이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6천500TEU(컨테이너를 세는 단위)의 대형 컨테이너 화물선의 경우 1회 운항에서 1억7천만원~2억2천만원가량의 비용 감소 효과를 볼 수 있다.

바다가 완전히 얼어붙는 겨울철 4개월가량은 쇄빙선조차 운항이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최근에는 운항 불가기간이 2개월가량으로 줄었으며, 이마저도 2035년이면 쇄빙 기능을 갖춘 화물선의 연중 상시 운항이 가능해질 것으로 러시아 측은 예상하고 있다.

2009년 개장한 포항 영일만신항은 이러한 북극항로의 잠재력을 고려해 만든 항만이다. 아시아 전역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까지 이어지는 항로에서 중간 거점항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다.

2011년부터 평균 10만TEU를 넘던 포항 영일만신항 물동량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블라디보스토크항 출입이 막힌 2022년 이후 5만8천TEU로 급감한 점을 감안하면 영일만신항의 북방항로 비중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북극항로 개발 이후 독점항은 어렵더라도 중국 동북3성과 한국, 러시아 북극 해역까지 이어지는 항로에서 국가 거점항으로 지정되면 경북 유일의 컨테이너 항만인 영일만신항의 위치를 봤을 때 경북지역 항만물류산업의 동반성장까지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북극항로 개발이 수면 위에 오른 지난 2013년부터 북극항로 거점항 지정을 위해 부산항과 강원 동해항, 포항 영일만신항이 유치 전쟁에 뛰어든 탓에 경쟁력 확보를 위한 지역의 단합된 노력이 필요할 전망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중국·러시아와 미국의 대립 등 신냉전 체재로까지 일컬어지는 지금 국제 정세를 감안하면 아무리 북극항로의 유혹이 달콤하더라도 러시아의 손길을 쉽사리 잡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균형 있는 감각 속에서 한국의 이익을 꾀해야 하지 않겠나. 이 상황이 끝나고 활성화할 때를 대비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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