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창용 한은 총재, 빚투·영끌족에 "금리 1% 기대 말라"

"금융 부담 줄어들 것이란 생각 오산…가계 부채 낮추려 금리 인상 고려할 수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10월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10월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또다시 '빚투'(빚내서 투자)·'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족에게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상환능력 이상의 투자 행태에 대해 "금리가 다시 예전처럼 1%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 총재는 19일 금융통화위원회의 만장일치 기준금리 동결(3.50%)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집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하더라도, 자기 돈으로 투자하는 게 아니고 레버리지(차입 투자)로 하는 분이 많은데 금융 부담이 금방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이어 이 총재는 "여러 경제 상황을 볼 때 미국도 고금리 장기화를 말하는데 국내 기준금리가 빠르게 떨어질 것이라고 보면 안 된다"며 "(부동산 투자가) 본인의 능력 안에 있는지 밖에 있는지 판단해서 해야 한다"고 했다.

주택공급 상황과 관련해서는 "1~2년간 시장에 공급될 주택은 정해져 있다. 문제는 코로나19가 지나고 금리를 인상하다 보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얼어붙어 신규 공급이 줄어들고 이에 따라 3~4년 후 가격이 오르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라며 "정부가 이런 것을 우려해 부동산 공급대책을 마련하고 상당한 정도로 우려를 해소했다고 본다"고 했다.

이 총재는 또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낮추도록 미시정책 뿐 아니라 거시정책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정착,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및 특례보금자리론 중단 등과 같은 미시정책으로 충분하지 않으면 금리 인상이라는 카드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기본적으로 통화정책이 부동산 가격 변화를 목표로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가계부채가 장기 성장률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상환능력 이상으로 레버리지를 높이면 불평등 심화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화정책으로 부동산 가격을 오르게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올해와 내년 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앞선 예측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높아진 국제유가와 환율의 파급영향,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등으로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8월 전망치(올해 3.5%·내년 2.4%)를 웃돌 가능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한편, 이 총재는 직전 금통위가 열렸던 8월에도 "금리가 떨어질 것이란 예측이 많아진 가운데 집값이 바닥을 쳤으니깐 대출을 받자는 인식이 확산됐다"면서 "우리나라는 10여 년간 금리가 낮았지만, 또다시 낮은 금리로 갈 것이라는 예상에 집을 샀다면 상당히 조심해야 한다"(매일신문 8월 25일 자 11면 보도)는 말로 젊은 빚투·영끌족을 향해 경고 메시지를 던진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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