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찰의날] "수어통역사에게 하기 힘든 얘기, 수어에 능한 경찰에게 말씀해주세요"

진선미 포항북부경찰서 양학파출소 경사 "절도 피해 농아인에게 수어로 말 걸자 크게 반가워 해"
경찰 필요한 농아인 도울 때 보람…"더 많은 이들과 소통, 수어 실력 키우고 수어통역사 도전하고파"

진선미 포항북부경찰서 양학파출소 경사
진선미 포항북부경찰서 양학파출소 경사

"경찰 도움이 필요한 청각장애인, 언어장애인의 난처한 상황을 통역사 없이도 바로 듣고 해결해드릴 수 있어 보람이 큽니다."

진선미(41) 포항북부경찰서 양학파출소 경사는 장애학이 특화한 대구대학교에 다닐 당시 농아인(청각장애와 그로 인해 언어장애를 지닌 이를 총칭)들이 대화하는 모습을 본 계기로 수어에 관심을 가졌다.

진 경사는 "문득 '나는 외국어 공부에는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하면서, 같은 우리나라 사람(농아인)과 대화하는 언어 공부에는 왜 무관심했나' 생각했다. 곧장 교내 수어교실에 등록하고 공부를 시작했다"고 했다.

경찰에 임용된 뒤에도 실습 대상지인 포항에서 농아인협회가 운영하는 수어교실에 등록해 배움을 이어갔다. 책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TV 속 수어통역사의 모습을 보며 틈틈이 공부했다. 뭐니뭐니해도 농아인들과 꾸준히 대화하는 게 가장 좋은 학습법이었다.

경찰은 물론이고 주변의 많은 사람이 수어를 모른다. 범죄 피해를 입었거나 도움이 급한 농아인과 만날 때 그의 능력이 빛을 발했다.

진 경사는 "농아인이 비장애인과 원활히 소통하려면 가운데 수어통역사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난처하거나 다급한 상황에서 통역사가 올 때까지 기다리거나 그에게 민감한 얘기까지 들려주기는 힘들다. 이런 이유로 신고를 망설인 농아인이 많다는 걸 알고 나니 내가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어느날 한 절도 피해자가 진 경사 질문에 말 없이 서툰 글씨로 종이에 글자를 써 답변했다. 진 경사는 피해자가 농아인임을 알고 수어로 말을 걸었다. 그러자 피해자가 반색하며 수어로 현장 사정을 설명했다. 피해자는 사건 해결 여부도 제쳐둔 채, 통역사 없이 곧장 경찰과 대화할 수 있다는 기쁨과 반가움을 거듭 표현했다.

추운 계절 여행하던 중 휴대전화가 꺼져 다른 일행을 찾아가지 못한 채 길을 헤매는 농아인의 사정을 알고 그의 휴대전화를 충전해준 뒤 일행과 만나도록 도와준 적도 있다.

진 경사의 존재는 2018년 평창 패럴림픽에서 세계의 눈을 사로잡았다. 당시 그를 포함한 전국 7명의 경찰이 대회에 수어경찰로 파견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다른 나라 경찰, 다음 올림픽을 앞뒀던 일본의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 관계자들은 "한국에 수어경찰이 있어 놀랐다. 장애인과 소통하려는 배려에 감사하다"고 칭찬을 쏟아냈다.

그는 "역대 올림픽 최초, 국내 대표로 수어경찰 임무를 맡으니 내가 너무 서툴지 않을까 걱정이 컸다. 다행히 농아인 등은 내 수어 실력이 어떻든 배려받는다는 생각에 매우 고마워하셨다"고 했다.

진 경사는 수어통역사 자격증 취득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아직은 제 실력이 많이 부족합니다. 더 공부해서 경찰 도움이 필요한 많은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드리고 싶습니다. 제 도전에 많은 응원 부탁드릴게요."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