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단독] 개통 1년 반 '서대구역'이 가라앉는다…주변 도로 100m가 움푹

진·출입로, 버스정류장 앞 도로에서 최대 10cm 꺼짐 현상 발생
인도, 가로등에서도 지반 변형 현상 나타나
대구시 "매립 쓰레기 아닌 교통량 증가가 원인"

지난 18일 서대구역사 버스정류장 앞 도로가 침하된 모습. 버스 바퀴가 지나간 자리를 따라 도로가 움푹 꺼져 있었다. 윤수진 기자
지난 18일 서대구역사 버스정류장 앞 도로가 침하된 모습. 버스 바퀴가 지나간 자리를 따라 도로가 움푹 꺼져 있었다. 윤수진 기자

지난 18일 오전 10시쯤 서대구역네거리를 지나 서대구역으로 들어서던 240번 시내버스가 갑자기 심하게 울렁이기 시작했다. 버스정류장 도착 직전에는 아예 버스가 덜컹 내려앉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내려서 살펴보자 버스 바퀴가 지나간 자리를 따라 진한 색으로 변한 도로가 최대 10cm 정도 깊이로 움푹 꺼져 있었다. 길이는 100여m에 이르렀다.

뒤이어 버스에서 내린 서구 상리동 주민 A(70) 씨는 "매일 환승하려고 여기서 내리는데 이 정류장만 오면 내리기 직전에 무언가 '탁' 부딪히는 소리가 나면서 흔들린다. 나이 많은 사람은 허리를 다칠 정도"라며 "예전에 쓰레기 매립장이나 마찬가지였던 곳이라 땅이라도 꺼질까 봐 걱정된다"고 호소했다.

매일 이 구간을 운전하는 버스 기사 B(54) 씨도 "도로 정비가 제대로 안 된 건지 진출입로와 정류장에서 유독 차가 크게 요동친다. 가끔 많이 패인 부분은 핸들이 잘 안 들어서 그냥 요령껏 지나갈 때도 있다"며 "승객 안전을 위해서라도 조치가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서대구역이 폐기물 재매립 의혹(매일신문 10월 17일 자)에 휩싸인 데 이어 지반 침하 논란까지 일고 있다. 개통된 지 불과 1년 반 만에 진·출입로를 비롯해 버스정류장까지 약 100m 길이 구간 곳곳에서 땅꺼짐으로 의심되는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서대구역 곳곳에는 도로 변형뿐만 아니라 약한 지반을 딛고 선 위태로운 구조물들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주차장 가로등 중 일부는 제대로 중심을 잡지 못한 채 다소 휘어져 있었다. 사람이 지나다니는 인도에서도 보도블록 틈이 벌어져 있거나 안으로 우묵하게 패인 부분이 보였다.

환경단체는 지반침하의 원인으로 지하에 쌓인 폐기물을 지목했다. 구본호 한국녹색환경협회 회장은 "개통 1년 6개월 만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약한 지반으로 인한 도로침하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당장 시민 안전이 걸린 문제인 만큼 대구시가 정확한 원인 규명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전문가도 정확한 원인 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취재진과 함께 직접 현장을 방문한 유지형 전 경일대 건설방재공학과 교수는 "이전에 쓰레기 매립장이었던 곳이라 지반 구성이 균일하지 않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지반을 구성하는 입자 사이 공간이 메워지면서 침하가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침하 원인에 대해선 아스팔트 혼합물의 문제이거나 땅 지지력이 부족해서라고 추정했다. 유 교수는 "육안으로는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시추조사 등을 통해 땅의 지지력과 포장 두께의 적정성 등을 규명한 후 원인에 따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쓰레기 매립으로 인한 침하 현상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서대구역 일대 교통량 증가로 인한 현상으로 보고 올해 연말까지 하자보수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김대영 대구시 교통국장은 "서대구역 일대에서 발생한 현상은 버스나 대형 화물차 등이 자주 다니는 도로에 주로 발생하는 '소성변형'으로 보고 있다"며 "일부 주장처럼 지하에 매립된 쓰레기가 지반 침하를 일으켰다고 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시추조사 등은 진행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했다.

지난 18일 서대구역사 버스정류장 앞에서 바라본 도로의 모습. 버스 바퀴가 지나간 자리를 따라 도로가 움푹 꺼져 있었다. 윤수진 기자
지난 18일 서대구역사 버스정류장 앞에서 바라본 도로의 모습. 버스 바퀴가 지나간 자리를 따라 도로가 움푹 꺼져 있었다. 윤수진 기자
서대구역 주차장과 연결된 인도 보도블록도 틈이 벌어져 있거나 안으로 우묵하게 패여 있었다. 신중언 기자
서대구역 주차장과 연결된 인도 보도블록도 틈이 벌어져 있거나 안으로 우묵하게 패여 있었다. 신중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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