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벌써 겨울? 가을이 사라진다…"지구온난화 탓에 여름 길어진 것"

최근 10년 동안의 가을 시작일 늦어…'올해는 평년보다 3일 늦은 가을'
가을 전체 길이도 줄어…평년보다 3일 줄어든 가을

강원도 내 곳곳이 올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씨를 보인 21일 평창군 진부면의 한 고랭지 농촌 마을에서 농민들이 농작물 수확을 서두르고 있다.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설악산과 광덕산 등에 올가을 첫눈이 내렸다. 연합뉴스
강원도 내 곳곳이 올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씨를 보인 21일 평창군 진부면의 한 고랭지 농촌 마을에서 농민들이 농작물 수확을 서두르고 있다.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설악산과 광덕산 등에 올가을 첫눈이 내렸다. 연합뉴스

가을이 짧아지고 있다. 10월 초부터 아침 기온이 5도 안팎으로 떨어지는 등 쌀쌀한 날씨가 시작되더니 지난 17일에는 일부 지역 기온이 0도 아래로 떨어졌다. 보름 만에 기온이 뚝 떨어지자 짧아진 가을에 아쉬워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늘고 있다.

대구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30년 동안 가을 시작일은 10년 주기로 이틀씩 늦춰졌다. 최근 10년 동안의 가을 시작일은 평년 기준인 9월 26일보다 이틀 늦은 9월 28일이었다. 올해 가을 시작일은 10월 1일로 평년보다 3일 늦춰졌다. 가을 시작일을 정하는 기준은 일 평균기온이 20도 미만으로 내려간 후 다시 올라가지 않는 첫날을 의미한다.

가을의 시작이 늦어지면서 전체적인 가을도 줄었다. 1991년부터 2010년까지 대구의 가을 길이는 평균 69일이었다. 2011년부터 2020년까지 가을 길이는 66일로 3일 줄었다.

가을이 스치듯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지구 온난화 때문이다. 온난화로 지구가 전반적으로 뜨거워지다 보니 여름 계절 길이가 길어진 것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대구 여름 길이는 ▷1991년~2000년 127일 ▷2001년~2010년은 130일▷2011년~2020년은 136일로 지속적으로 길어졌다.

APEC 기후센터 원장을 역임한 권원태 박사는 "지구 온난화로 극지방이 더워져 추운 공기의 세력이 약해졌다"며 "그만큼 뜨거운 공기의 세력이 강해져 여름의 길이가 3개월에서 4개월 정도로 늘어났다"고 풀이했다.

올해 유난히 더웠던 9월도 영향을 미쳤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9월 대구경북 평균기온은 22.2°C로 평년(20.1도±0.3)보다 2.1도로 높았다. 이는 전국적으로 기상관측망을 대폭 확충한 1973년 이후 1위다.

기상청 관계자는 "더운 9월은 여름처럼 느껴지고 상대적으로 추운 10월은 겨울처럼 느껴져 체감하는 가을이 더욱 짧아진 것"이라며 "현재 10월 기온은 평년 가을 기온 수준"이라고 말했다.

지구 온난화 진행 속도가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빨라 올해 9월에 나타난 이례적인 고온 현상도 머지않은 미래에 예삿일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여름이 더욱 길어지고 그만큼 가을과 겨울 역시 더욱 짧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민승기 포항공대 환경공학부 교수는 "온난화로 열대 지역이 점점 넓어지는 '열대 팽창' 현상이 과학자들의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한반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더운 지역이 넓어지고 여름이 늘어나면 생태계 전반뿐만 아니라 농업 등에서도 큰 피해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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