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한류 세계화 전도사 K-팝, 이제는 환경과 사회적 책임 고민할 때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 환경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기획사가 앨범 제작에 사용한 플라스틱은 2017년 55.8톤(t)에서 2018년 145.4t, 2020년 225.2t 등 지속적으로 증가해 지난해는 801.5t으로 늘어났다. CD부터 포토 카드, 캔버스, 포장 비닐까지 음반을 만들 때 들어가는 플라스틱이 6년 사이에 14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앨범 판매량을 고려해 볼 때 실제 사용된 플라스틱은 환경부 통계보다 훨씬 많다는 점이다. 국내 최대 가요 기획사인 하이브가 올해 7월 발표한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제품을 만들고 포장하는 데 쓴 플라스틱만 894.6t에 달한다. 지난해 판매된 전체 앨범은 7천419만5천554장이다. CD 한 장 무게는 18.8g으로 CD에 사용된 플라스틱만 계산해도 1천394.9t이나 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22 음악산업백서'에서 소비자의 11.7%만이 구매한 앨범으로 음악을 감상한다고 밝혔다. 음반 구매가 음악 감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아이돌을 응원하기 위한 팬들의 경제적 서비스, 일종의 기부인 셈이다. K-팝 팬덤에게는 같은 앨범을 몇백 장까지 구매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이 때문에 K-팝 팬들로 구성된 기후 환경 단체 '케이팝포플래닛'은 팬들이 지구 환경을 파괴하는 실물 앨범 쓰레기에 대한 불편함과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획사들은 돈벌이를 위해 목표 판매량을 달성할 때까지 팬 사인회를 열거나 랜덤 포토 카드를 늘리면서 팬들의 마음을 악용(惡用)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K-팝은 전 세계 청소년·성인들에게 막대한 문화적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돈벌이에 급급해 지구 환경을 훼손하는 일에 앞장서기보다 환경보호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보여줌으로써 '지속 가능한 인류 공동 번영'에 기여하는 선(善)한 영향력을 과시할 필요가 있다. K-팝에 대한 열렬한 응원이 지구 환경 오염이라는 역설적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자기부정의 모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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