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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속 호모에스테티쿠스] <20> 구약의 ‘에스더’: 죽음을 불사한 두 미녀의 용기

이경규 계명대 교수

이경규 계명대 교수
'에스더' 이미지.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이경규 계명대 교수

성경에 미인이 많이 나오지만 에스더가 최고가 아닌가 생각한다. 여타의 미인들은 대체로 히브리권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미인으로 통했다. 그러나 에스더는 거대한 바사제국(페르시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로 뽑혀 왕비가 된 사람이다. '에스더'의 배경인 BC 5세기 말의 페르시아는 인도·중앙아시아·에게해·아프리카를 복속시킨 세계 최대의 제국이었으니 요즘으로 말하면 에스더는 거의 미스 유니버스에 해당한다.

유대인 에스더가 페르시아의 아하수에로(크세르크세스)의 왕비가 된 것은 기존의 왕비 와스디의 폐위로부터 얼마 뒤의 일이다. 크세르크세스는 그리스 원정을 앞두고 127도의 방백과 심복을 불러 180일 동안 잔치를 열고 마지막엔 일반인까지 초대해 왕궁 뜰에서 유흥을 베푼다. 마지막 날엔 왕후의 미모를 보여주기 위해 7명의 내시를 보내 와스디를 호출한다. 이때 와스디는 왕궁 다른 곳에서 여자들끼리 잔치를 열고 있었다.

놀랍게도 와스디는 크세르크세스란 절대 권력의 명을 거부한다. 불같이 노한 왕은 회의를 거쳐 와스디를 축출해버린다. 그녀가 워낙 아름다워 폐위 정도에 그치지 않았나 생각한다. 와스디가 왜 왕의 명령을 거부했는지는 성경에 명시돼 있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아내의 아름다움을 통해 자신을 띄우려던 왕의 자부심이 먹칠 당했다는 점이다. 와스디의 거부는 당연히 목숨을 건 액션이었다.

자신의 아름다움이 천하 남자들의 눈요기로 전시되는 것을 거부한 절세의 미녀, 그 결과를 예측하지 못했을까? 그녀는 크세르크세스의 성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와스디는 여성의 자존심을 위해, 여성의 미가 일회적 쇼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죽음을 불사했다고 생각한다. 왕명이 도달했을 때, 와스디는 여자들과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여성을 대표하는 왕비가 그 모든 것을 접어두고 남자들의 눈요기를 위해 무대 위로 올라간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이 와스디에 이어 에스더가 등장한다. 에스더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죽음을 불사한 미인이다. 그녀는 제국 내 유대인 소수 민족으로서 미모 하나로 왕비가 돼 왕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는다. 그러나 그녀는 사랑 받는 데 만족하지 않고 총리 하만의 음모로 유대인들이 몰살될 위기에 처하자 결연히 일어나 미를 적극 활용한다.

당시 규례상 왕이 부르지 않았는데 왕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누구든 죽은 목숨이었다. 다만 왕이 금규(지휘봉)을 내밀어 용서하면 예외가 된다. 에스더는 3일간 금식한 후 "죽으면 죽으리라!(Komme ich um, komme ich um)"며 어전으로 나아간다. 크세르크세스는 에스더를 보는 순간 "너무나 사랑스러워" 즉시 금규를 내밀어 에스더를 반긴다. 더 나아가 원하는 것은 뭐든지 고하라고 한다.

이후 에스더는 치밀한 전략으로 하만 일당을 처치하고 동족을 구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그녀의 아름다움이었다. 에스더는 자신의 미를 관상용 대상으로만 두지 않고 동족의 생명을 구하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이다. 앞서 와스디가 여성미의 주체적 가치를 위해 목숨을 건 것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크리스천 중에는 와스디를 이야기하는 '에스더' 1장을 불편하게 느끼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최소한 문학적으로 보면 이 제1장은 필요불가결할 뿐 아니라 나머지 9장과 맞먹는 의미가 있다. 두 사람 다 미의 적극적 주체라는 점에서 멋진 균형을 이루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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