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후 쇄신에 나섰다. 임명직 당직자를 교체하고, '김기현 2기 체제'를 꾸린 후 10개월 만에 국회에서 처음으로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었다. 이는 보궐선거 참패 후 정부·여당에 대한 여론의 흐름이 크게 악화되면서 나온 고육책으로 보인다.
한국갤럽의 10월 3주 차 조사(17~19일)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직무 수행에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3%포인트(p) 하락한 30%로 집계됐다.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3%p 상승한 61%였다. 윤 대통령 국정 지지도가 30%를 기록한 것은 지난 4월 4주 차(30%) 이후 6개월 만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내년 총선의 최대 승부처인 서울에서 긍정·부정률은 각각 25%와 66%였다. 한국 정치에는 '30%-60%' 법칙이 있다. 대통령 국정 운영 지지도 긍정 평가가 30% 이하로 떨어지고, 부정 평가가 60% 이상이 되면 정권의 기반이 크게 흔들리면서 국정 운영의 동력을 상실하게 된다. 통상 임기 말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향후 지지율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하지만 이런 현상이 윤석열 정부 집권 1년 5개월 만에 나타났다는 것은 참으로 위험한 신호다.
만약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여권 프리미엄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고, 국민의힘 내년 총선 전망도 어둡다. 일각에서 민주당의 압승(180석)으로 끝난 2020년 총선 민심이 재연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보궐선거 참패 이후 정치권과 언론이 정부·여당에 요구한 것은 "국정 운영의 기조를 바꿔라" "이념보다는 민생을 더 꼼꼼하게 챙겨라" "낮은 자세로 소통하라"로 축약된다. 이를 의식해 윤 대통령은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며 "어떠한 비판에도 변명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국무위원들에게 "좀 더 몸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국민의힘은 정쟁 현수막을 철거하고, 당 혁신기구와 총선기획단을 출범시키고, 인재영입위원회를 구성해 변화를 모색하려고 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정부·여당은 '어떻게'(How)만 강조하지 더 본질적인 '왜'(why)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다. 국정 운영 기조가 왜 안 바뀌었는지? 그동안 왜 소통을 하지 않았는지? 지난 1년 5개월 동안 왜 정부·여당은 민생을 챙기지 못했는지? 이런 본질적인 질문들에 대한 성찰과 분석 없이 "무엇을 하겠다"고 말만 하고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으면 국민의힘 쇄신은 물 건너간다.
가령, 국민의힘이 김기현 대표 체제 이후 다양성과 역동성이 사라지고 '친윤 영남당'으로 전락하면서 민심, 특히 수도권 중도층이 이반한 것이 선거 참패의 결정적 요인이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김 대표가 선거 참패 후 새 사무총장으로 대구경북 출신 친윤 인사를 임명함으로써 쇄신과는 거리가 먼 '도로 영남당'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런 안이하고 쇄신 시늉만 내는 태도로 어떻게 변화와 쇄신을 이끌 수 있겠는가?
대통령과 여당은 과거 정부에서 국정 실패와 선거 참패의 책임 있는 선행 요인들에 대한 체계적이고 경험적인 분석을 통해 교훈을 얻어야 한다. 통상 국민들은 집권당에 대한 기대보다 국정 운영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의 '행동하는 변화'를 요구한다. 선거를 통해 변화하라고 주문했는데 이를 무시하면 국민들은 반드시 집권당을 응징한다는 것이 한국 정치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난 경험적 법칙이다.
이제 대통령이 변화해야 할 시간이다. 대통령이 인식, 태도, 그리고 거버넌스 스타일을 바꾸어야 혁신의 문이 열린다. 정부·여당이 민생을 챙기려면 자유와 시장, 법치와 인권 등 가치에 기반한 통치도 좋지만 '민생 살리기 윤노믹스'로 국정 운영의 기조를 바꾸어야 한다. 대통령이 "국민 소통, 현장 소통, 당정 소통"을 주문해도 정작 대통령 '소통의 문'이 열리지 않으면 '연목구어'가 된다.
미국 레이건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지지도보다 퇴임 직전 지지도가 더 높았다. 재임 8년 동안 6년이 '여소 야대'였는데, 그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자신의 집무 시간 70%를 야당 의원들과 만나 대화하고 설득했다. 미국인들은 그를 '최고 커뮤니케이션 경영자'(Chief Communication Officer)라고 칭송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중 한 달에 1.7회 언론과의 만남을 가졌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단 한 번도 공식적인 국민과의 대화가 없었고, 야당과의 만남도 없었다. 혁신은 기존의 틀을 파괴하고 나서야 가능하다. 변화의 시작은 소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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