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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요한 혁신위, 위기 빠진 여당 구해낼까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김기현 대표를 면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김기현 대표를 면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쇄신을 위한 혁신위원장에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가 23일 임명됐다. 호남 출신의 대한민국 1호 특별귀화자인 그가 취임 일성으로 통합과 희생을 강조하며 당의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위기에 빠진 국민의힘을 구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위원장에 인 교수를 인선했다고 밝히며 "지역주의 해소와 국민 통합에 대해 깊은 안목과 식견을 가진 분"이라고 소개했다. 또 "정치 개혁의 필요성에 깊이 공감하고 투철한 의지도 가진 만큼 국민의힘을 보다 신뢰받는 정당으로 재탄생시키는 데 최적의 처방을 내려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 신임 혁신위원장은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이만희 사무총장과 상견례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통합을 추진하려고 한다"며 "생각은 달라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는 통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에 있는 많은 사람들도 내려와야 된다"며 "내려와서 들어야 되고 그다음에 듣고 변하고 희생할 각오가 돼있어야 한다. 희생 없이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고(故)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와이프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어록을 언급하며 "(국민의힘도) 많이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취임 일성으로 통합과 변화를 강조하면서 '인요한 혁신위'가 비윤계 끌어안기와 기득권 내려놓기를 중점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 대표가 혁신위에 전권을 위임한 만큼, 내년 4·10 총선을 위한 공천 룰까지 손을 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 대표는 "혁신위는 그 위원의 구성, 활동 범위, 안건과 활동 기한 등 제반 사항에 대해 전권을 가지고 자율적·독립적 판단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고, 인 위원장은 "(김 대표가) 무서울 정도로 권한을 많이 부여해 줬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인 위원장 인선에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뤘다.

대구경북(TK)의 한 의원은 "잘 모신 것 같다. 인 위원장의 생애가 한국판 포레스트 검프처럼 우리 근현대사를 관통하고 있다"며 "깊은 내공에 균형 감각도 갖췄다. 중도층 외연 확장이 기대된다"고 전했다.

'푸른 눈의 한국인'인 인 위원장의 집안은 4대째 대를 이어 한국에서 교육·의료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인 위원장은 전남 순천에서 태어나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 통역을 맡았다.

영남권 일색인 당 지도부의 약점을 보완하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확인한 수도권 및 중도층 민심 이반을 수습할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인요한 혁신위가 당 환부인 수직적 당정관계를 바로잡지 않는 이상, 쇄신 작업이 공염불에 그칠 것이란 부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 '김은경 혁신위'를 띄웠으나 가시적인 성과 없이 당내 분열만 야기한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경고도 있다.

인 위원장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에 "지금은 낙동강 근처에 머물러 있다"며 이른바 영남당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낸 가운데, 혁신위에서 영남권을 정조준한 인적 쇄신책이 나올 경우 강한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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