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N잡러, 조용한 부업

석민 디지털논설실장
석민 디지털논설실장

올해 8월 잡코리아·알바몬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열 명 중 아홉 명(89%)이 본업과 함께 부업을 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안 오르는 게 없는 상황에서 월급만 제자리니, 부업은 생존 수단이 되었다. 택배·배달·대리운전과 같은 전통적 부업뿐만 아니라 디지털 경제의 확산으로 인해 블로그 운영 대행, 브랜드 네이밍, 해외 구매대행 등 새로운 부업거리가 생겨나는 것도 부업 확산에 일조(一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업하는 직장인 N잡러에게는 월 소득 590만 원이라는 마지노선이 있다. 국민연금 기준소득월액 상한선인 이 금액을 넘어서면 국민연금공단에선 소득 비율대로 국민연금을 나눠 납부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통보받은 회사에선 직원의 부업 행위를 간파하게 된다. 조용한 부업이 시끄러운 부업으로 바뀌어 경우에 따라 징계를 받거나 '한눈파는 직원'이라는 낙인이 찍히기 십상이다. 법원 판례에선 본업에 지장이 없는 부업을 인정하지만 디지털 경제의 발전으로 본업과 부업의 경계는 더욱 모호해지고 있다.

세계 2위 전자상거래 플랫폼 쇼피파이 최고경영자(CEO) 토비아스 뤼트케는 최근 직원들에게 "회사에서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부업을 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미국 신용 정보 기업 에퀴팩스는 부업하는 직원 24명을 해고하는 고강도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한국·미국의 분위기와는 달리, 오랜 경기침체와 저출산·고령화로 노동인구 부족을 경험하고 있는 일본은 오히려 부업을 장려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일본 정부는 2018년 부업·겸업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데 이어, 2019년엔 기업 취업 규칙 기본 지침에서 부업·겸업 금지 항목을 삭제했다. 지난해엔 기업들에게 부업·겸업 허용 관련 정보를 공개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부업 허용 기업 비율이 2018년 30%에서 지난해 53%로 크게 증가했다. 미쓰이스미토모해상보험의 경우에는 과장으로 승진하려면 부업이나 자회사 파견 등 다른 일을 해 본 경험을 필수적으로 요구하고 있어 놀랍다. "부업을 허가해 생기는 위험보다 외부 변화를 모르는 데서 오는 위험이 더 크다"는 인사 담당 임원의 통찰력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평생직장 개념이 옅어지는 상황에서 "한눈팔지 마"라는 요구는 꼰대 소리로 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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