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 선택과 집중으로 국민 체감형 성과 내라

서울 강서구청장 보선 패배로 큰 위기에 처한 국민의힘이 당 쇄신 작업을 총괄할 혁신위원장에 인요한(64) 연세대 의대 교수를 23일 임명했다. 인 위원장은 19세기 미국에서 온 선교사 유진 벨의 증손자로 4대째 대를 이어 우리나라에서 교육 및 의료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2012년 그 공로를 인정받아 특별 귀화 1호가 됐다. 전남 순천 출신으로 2012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원회에서 국민대통합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현실 정치를 모르는 의사여서 걱정이 없지 않다. 정당은 생각이 같은 사람들의 결사체인데 그가 보수정당의 동역자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도 있다. 그러나 20대 시절 5·18민주화운동 당시 전남도청 기자회견에서 시민군 통역을 맡았던 그였지만 지난 8월 국민의힘 강연에서 "박정희는 위대한 지도자였다"고 발언했으며, 북한에 대한 낭만적 태도를 용인하지 않는 여러 언급을 볼 때 보수정당의 지향점과 일치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김기현 대표는 혁신위에 전권을 부여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지만 과연 권한의 위임이 제대로 이뤄질지에 대해 의구심도 있다. 국민의힘은 2017년 홍준표 대표 시절 류석춘 혁신위, 2022년 이준석 대표 때 최재형 혁신위를 가동한 바 있지만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권한 없는 혁신위'라는 태생적 구조에서 탈피하지 못했던 탓이다. 인요한 혁신위는 최우선적으로 혁신위의 한계부터 뚫어 내야 한다.

국민의힘이 보선에서 진 것은 국민 목소리를 듣지 않는 독선적 태도 때문이었다. 귀족화·특권화 등 국민의힘 고질병이 도졌던 것이다. 혁신위는 백화점식이 아닌 선택과 집중을 통해 수용성 높은 핵심 과제를 도출, 고질병 환부를 정밀하게 도려내야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인 국회의원 특권에 대한 과감한 포기 선언을 하고, 텃밭이라는 이유로 밀실 내리꽂기 공천이 난무하던 관행도 완전 타파해 보편성과 민주성을 충족하는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결단의 리더십이 발휘되어야 지금의 위기가 기회로 반전될 수 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