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무심코 던진 부정적인 말은 절대 사라지지 않아요. 돌고 돌아 강력범죄가 될 수도 있습니다."
23일 오후 7시 매일신문 11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매일 탑 리더스 아카데미에서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소장은 '인간심리와 범죄'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표 소장은 국내 1세대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다. 경찰대학 행정학과 교수를 거쳐 경찰청 범죄심리분석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그는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강력범죄의 원인과 예방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표 소장은 이날 대구 중구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을 언급하며 강의를 시작했다. 60대 남성이 모자 관계인 이웃 2명에 흉기를 휘둘러 중상을 입히고 본인은 투신한 사건이다. 표 소장은 "대한민국에서 이런 강력범죄가 발생하지 않는 날이 단 하루라도 있겠느냐"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특히 최근 들어 신림역 사건 등 예측하기 어려운 '이상 동기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표 소장은 "범죄 연구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 범죄학에선 '거리의 눈'이 있어 밝고 사람 많은 곳에선 범죄를 못 저지른다고 하는데 이 사건들은 그렇지 않다"며 "범죄에서 '일반적', '전형적'이란 말도 쓰기 어려워졌다. 어느 것도 예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표 소장은 범죄자들이 끔찍한 범행을 저지르는 원인으로 '쾌감'과 '분노'를 꼽았다. 그는 "뇌의 선조라는 기관이 활성화되면 도파민, 엔도르핀 등 행복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이 쾌감 중추를 잘 관리하지 못하면 병적인 쾌락을 느끼고자 범죄를 저지른다"고 설명했다.
이어 "뇌 섬엽이라는 기관이 활성화되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이때 발생하는 불쾌감을 다스릴 줄 모르면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리 아이들이 진정 행복하길 바란다면 영어와 수학만이 아니라 쾌감과 분노를 잘 다스릴 줄 아는 능력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범죄를 막기 위한 3단계 예방법도 전했다. 1단계는 가정폭력, 아동학대 등 범죄 원인이 되는 사회 갈등 요소를 선제적으로 제거하는 것이다. 2단계는 사회에 불공정과 빈부격차 등은 있을 수밖에 없기에 범죄 자체를 저지르기 어려운 환경으로 만드는 것이다. 방범 순찰, CCTV, 도로설계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3단계는 이미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치료하거나 교육하는 조치를 의미한다.
표 소장은 범죄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람을 대하는 일상적인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무심코 버린 작은 쓰레기들이 모여 태평양의 커다란 쓰레기 섬이 된 것처럼,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뱉은 말과 행동들이 누군가의 무의식에 남아 끔찍한 강력범죄자를 만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사람과 삶에 대한 고민을 나누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표 소장은 "김수환 추기경의 말처럼 세상을 떠날 때 미소 지을 수 있는 삶을 사는 것이 곧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되는 삶인 것 같다"며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서로 공감하고, 분노에 차 있는 열악한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세상의 따뜻함을 전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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