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오후 7시 대구시청 산격청사 대강당에서는 화음이 울려퍼졌다. 30여 명의 대구시 산하 공무원이 무대에서 입을 맞추고 있었다. 이들은 '대구시공무원합창단'으로, 3년 만에 열린 정기연주회(21일) 연습에 한창이었다. 업무에 시달린 탓인지 단원들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자, 힘냅시다"는 단무장의 응원과 함께 훈훈한 분위기가 이어갔다.
이날 오후 8시 30분에는 이종화 대구시 경제부시장이 찾아와 정기연주회에서 선보일 특별 피아노 연주 연습을 했다.
조우석(58) 대구시공무원합창단 지휘자는 "코로나19로 그동안 정기연주회를 열지 못했던 터라 단원들의 기량을 다시 올리기가 쉽지 않지만, 19년의 자부심을 가지고 참여하고 있다"라며 "앞으로는 단원과 뮤지컬 등도 같이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국 지자체 최장수 공무원 합창단인 대구시공무원합창단이 화제다.
대구시공무원합창단은 2004년 9월에 창단돼 전국 지자체에서 가장 오래된 합창단이다. 2018년 제15회 거제전국합창경연대회 장려상과 2019년 공무원음악대전 금상 등을 수상했고 대구시내 아동복지시설 등을 찾아 합창 공연을 이어가는 등 봉사활동에도 나섰다. 매년 한차례 정기연주회가 코로나19 여파로 3년간 중단됐다가 올해 부활했다.
합창단원들은 경제부시장부터 9급 공무원까지 연령 및 직급에 상관없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다는 게 합창단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시청 공무원뿐만 아니라 구청, 시 산하 사업소 공무원 역시 참여하면서 세대 및 부서 간의 장벽을 허물고 있다.
이나현(30) 주무관은 "업무 중에는 아무래도 분위기가 딱딱하고 연령대가 높은 선배들에게 다가가기 어려워 담을 쌓기도 하는데, 합창단 활동을 통해 소통이 훨씬 수월해졌다"며 "마찬가지로 다른 직종에 있는 공무원끼리도 대화를 할 일이 별로 없는데, 합창단에서 친해지게 되면서 업무 시너지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합창단은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 공무원들의 스트레스 해방구가 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퇴직한 이들도 여전히 합창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5년 전 공직을 떠난 김동환(65) 단원은 "합창단 창단 멤버로 보람이 많다. 공무원이 업무에서 벗어나 예술로 연대하고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것에 그동안 많은 위로를 받았다"며 "퇴직한 이후에도 합창단이 그리워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앞으로 다른 지자체와의 교류 등도 활발히 나설 계획이다. 이명희 단무장은 "대구시와 광주시의 '달빛동맹'에 맞게 광주시에 합창단 창단도 권유했다"며 "앞으로 기회가 되면 합동 합창회 등도 개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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