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질환이 국내 주요 사망 원인으로 뽑히는 가운데, 민주노총 등 노동계에서 택배기사 사망이 발생할 때마다 내세우는 '과로사 어젠다'가 논란이 되고 있다.
노조에서 '과로사'로 흔히 지목하는 심장질환이나 뇌혈관 관련 사망자만 한해 7만명에 육박하는데, 최근 60대 택배기사 사망과 관련해 연일 과로사 주장을 이어가고 있는 탓이다.
택배 현장에서는 "노조의 무분별한 과로사 추궁이 비노조 기사들과 입점 파트너, 고객들에게 혼선을 끼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쿠팡 "5년간 업계 산재 사망자 400명 이상일 때 당사 1명 뿐" 노조에 반박
25일 택배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택배노조는 이날 쿠팡 군포캠프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3일경 숨진 택배기사는 과로사로 숨졌다"며 쿠팡에 책임을 추궁했다.
노조의 '과로사 추궁'은 지난달 60대 택배기사 A씨가 배송지에서 사망 이후 10일 이상 각종 기자회견과 집회에서 이어져왔다.
당시 부검을 진행한 국과수는 구두 소견으로 그간 지속적으로 앓아온 질병으로 인해 2배 이상 커진 '심장 비대증'을 사인으로 밝혔고, 지병에 의한 사망이라는 여론이 우세했다.
의학계 일각에서도 "유전적 요인과 기저 질환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견해가 적지 않았지만 "심근경색 등은 과로사의 대표 증상"이라고 재차 단정하고 나선 것이다.
택배노조의 '과로사 추궁'이 멈추지 않자, 쿠팡은 25일 "쿠팡 사업장은 어느 기업보다 안전하다"며 다양한 근거 자료와 함께 반박에 나섰다.
한국산업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 5년반(2018년~2023년 6월)까지 국내 고용 상위 20대 기업 가운데 20대 기업에선 산재 사망자가 219명 발생했지만, 쿠팡은 단 1건에 불과했다.
쿠팡의 근로자 수 1만명당 발생하는 사망자 비율은 0.026명으로, 10대 기업 근로자 평균 사망 만인율(0.652명)이 쿠팡보다 25배 높았다. 실제 고용인원이 6만명이 넘는 쿠팡은 고용인원이 3~4만명대인 대우건설(26명), DL이앤씨(12명), 한국철도공사(16명) 등 대부분의 기업과 비교하면 산재 사망자가 미미하다.
또 고용노동부 자료를 보면, 물류운송업계에서도 산재 사망자가 지난 5년(2018년~2022년)간 400명 이상 나왔다. 전국 30개 지역에 100개 이상 물류센터 등 최대 규모의 물류망을 쿠팡이 운영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산재로 인한 사망자는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산업계" 지나친 과로사 어젠다로 장년층 채용,소비자 피해 등 물류산업 제동"
택배업계는 "산재 사망자가 자주 발생하는 다른 택배물류 기업은 놔두고, 쿠팡을 상대로만 과로사를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다"고 의견을 내놓는다.
노조는 최근 숨진 60대 택배기사 사망 원인에 대해서 "고인에 대해 함부로 언급하지 말아달라"는 유족측의 입장과 달리 연달아 기자회견을 열어 논란을 빚었다. 이들은 13일 A씨가 숨진 것으로 알려진지 10시간만에 기자회견을 열어 "과로사 가능성이 높으며 윤석열 정부에 맞서 싸우겠다"고 나섰다.
이에 A씨 아들은 15일 아버지가 근무한 택배배송업체에 문자를 보내 "노조와 정치권이 고인의 죽음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말아달라"는 입장문을 내비쳤지만 16일 또 기자회견을 열어 "과로사가 명백하다"고 나섰다.
경찰은 A씨가 고혈압 지병을 앓았다는 사실을 인지해 국과수에 부검을 맡긴 바 있다.
심근경색 같은 심혈관계 질환은 국내 사망 원인 2위에 오를 정도로 보편적이지만, 택배노조가 매번 택배기사가 숨질 때마다 이를 '과로사'로 단정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사망원인 1위는 암(8만3378명)이지만, 2위가 심혈관계 질환으로 6만9033명으로 집계됐다. 매일 189명이 심근경색이나 뇌출혈 같은 질병으로 사망한다는 셈이다.
이처럼 사망자가 많은 이유는 심혈관계 질병을 앓는 절대적인 환자 수가 많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심장질환 환자는 162만명(2020년 기준)이고, 뇌출혈 같은 뇌혈관 환자도 지난해 117만명이었다.
최소 267만명 이상이 심혈관계 질환 환자로 볼 수 있다.
업계에서는 택배노조의 경우 CJ대한통운·로젠·한진 등 여러 택배사 대리점 소속의 택배기사 사망 사건이 나올 때면 지병 여부와 사인, 업무와의 명확한 연관성에 무관하게 과로사를 앞세워 기사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과로사 등 노조의 무분별한 '책임 씌우기'를 줄일 수 있는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며 "노조의 '묻지마식 마녀사냥'이 확대될 경우 산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장년고령층 채용와 소비자 피해 등 산업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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