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은식의 페리스코프] 한·사우디 간 경협에 관광과 방산이 상대적으로 적은 이유

윤석열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영빈관을 방문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환담하고 있다. 윤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는 환담 후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 포럼 대담 행사장으로 함께 이동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영빈관을 방문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환담하고 있다. 윤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는 환담 후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 포럼 대담 행사장으로 함께 이동했다. 연합뉴스

사우디아리비아(이하 사우디로 약칭) 국왕의 초청으로 지난 21일에서 24일까지 나흘간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최규하 대통령 이후, 44개 항목에 이르는 43년 만의 공동성명이 대단히 구체적이고 방대하다.

미래지향적 전략동반자 관계 심화 발전(3개), 교역 및 미래지향 산업 분야 투자 확대(7개), 건설 및 인프라(5개), 국방 방산 대테러 협력(2개) 에너지 및 기후(7개), 문화교류 관광증진(5개), 새로운 분야 협력 다변화(7개), 국제 및 역내 평화안정 위한 파트너십 범위 확대(8개)에 걸쳐 협력을 확대하고 상호투자를 적극 모색하기로 하였다. 수교 이래 한·사우디 양측은 교역 규모가 400배 이상 증가하는 등 경제협력이 긴밀해졌다.

대통령이 세일즈맨을 자처하고 국가영업 1호사원으로 중동신화를 재연하기 위한 노력이 괄목할 만하다. 두 나라는 신라시대부터 교류해왔다는 기록이 있다. 우리 역사에서는 사우디 지역을 대식국으로 불렀다. 사우디는 1453년 오스만 터키의 지배를 받다가 1913년 영국의 도움으로 오스만 터키를 물리쳤고 영국의 지배 하에 있다가 1927년 독립했으며 1932년 왕국으로 변신했다. 국왕은 정치, 종교, 행정의 3권을 행사하고 종교수장이기도 하다. 올해는 한·사우디가 1962년 외교관계를 튼지 61주년이 되는 해이다.

현대차그룹이 중동에서 첨단 신사업을 앞세워 고(故) 정주영 선대회장의
현대차그룹이 중동에서 첨단 신사업을 앞세워 고(故) 정주영 선대회장의 '중동 신화' 재현에 나선다고 24일 밝혔다. 사진은 정주영 선대회장이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 건설 현장을 둘러보며 현황을 점검하는 모습. 연합뉴스

◆중동신화 재연으로 경제도약 발판기회 포착

외교관계 수립 이후 사우디에 기술 인력을 많이 파견하였다. 현대건설은 1975년 사우디에 진출 이래 170건 232억 불 규모의 공사 수주로 중동 신화를 일구었고 한국이 경제적으로 도약하는 데 발판이 되었다. 1982년 사우디의 건설 수주가 다소 주춤했던 것은 유가하락으로 인한 발주량 감소와 사우디의 산업화, 공업화가 계획대로 추진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당시 석유파동으로 어려움에 처했던 한국경제는 오일달러의 유입으로 국제 수지개선과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 사우디에는 현대건설이 수행한 대규모 프로젝트가 곳곳에 남아 있다. 현대직원들은 과업을 치열하게 추진했고 신뢰가 형성되어 이제는 턴키방식으로 수행한다. 중동의 맹주는 사우디와 이란이다.

두 나라 모두 이슬람 국가이지만 사우디는 수니파이고 이란은 시아파이다. 무슬림 가운데 수니파가 85~90%로 압도적 다수이다. 두 나라의 주도권 다툼은 중동지역의 안보를 위태롭게 해왔다. 미국이 사우디와는 인권문제로, 이란과는 핵문제로 관계가 멀어진 동안 일대일로 정책을 편 중국이 두 나라와 관계를 개선했다.

이번 공동성명에서 양국은 모하메드 왕세자가 방한시 양국 수교 60주년을 맞아 수립한 미래 지향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지속 심화 발전시켜 나가기로 합의하였다. 공동성명에서 제시된 여러 분야 중 국방 방산 대테러 협력에서 2개 분야, 문화교류 관광 증진에서 5개 분야로 상대적으로 적다.

그러한 분야가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적은 이유를 살펴보고자 한다. 본인은 2008년 사우디를 방문하였다. 그 당시 수도 리야드와 제2의 도시 제다를 둘러보았다. 당시 육군참모총장, 육군대학총장 및 대표단, 두산인프라코아 사장단과 동행하였다.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3일(현지시간) 리야드의 네옴 전시관을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3일(현지시간) 리야드의 네옴 전시관을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지향적 전략 동반자 관계 지속발전 합의

흔히 말하기를 관광의 3요소가 볼거리, 술, 미인(여자) 등 3가지를 든다. 지금도 그렇지만 사우디에는 위 세 가지 중 어느 한 가지도 충족되지 않았다. 최고의 국빈대접이 과연 사우디 다웠다. 사막 한가운데 있는 왕실농장에 텐트를 쳐놓고 낙타젖을 대접하였다. 사우디 입장에서 보여준 최고의 환대였다.

그 이유는 베두인족은 사막에서 사람을 만나면 최고의 손님 접대가 물과 낙타젖을 대접했던 관습 때문이었다. 리야드 시내에서 본 것은 이슬람 율법을 어긴 죄인을 처형하는 할라스 사형장이었다. 사우디 왕실에서는 테러 방지를 위해 경호차량을 전후 및 우측에 밀착하여 시속 160킬로미터로 달려 손에 땀나는 주행을 했다. 호텔 객실 출입문 앞에는 기관단총으로 무장한 경호원을 배치했다.

이슬람국가는 음주에 대한 규제가 대개 엄격하다. 아랍국가 별로 규제의 강도가 다르다. 그중에서 가장 엄격한 나라가 사우디라고 했다. 때문에 조니워커 한 병 암거래에 100만 원이 넘는다고 했다. 사우디는 술을 마약과 같이 취급한다. 코란에 음주를 금지하는 내용 때문이다. 그것은 사막지대에서 더울 때 술을 마시면 쉽게 깨지 않고 과음하고 잠들면 목숨을 잃을 위험 때문이다.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에 누구도 율법을 어기면서까지 술을 마시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러니 밀주가 암암리에 성행한다.

홍현성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앞줄 왼쪽부터)와 와일 알 자파리 아람코 부사장,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가 23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네옴전시관에서 열린 한·사우디 건설협력 50주년 기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홍현성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앞줄 왼쪽부터)와 와일 알 자파리 아람코 부사장,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가 23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네옴전시관에서 열린 한·사우디 건설협력 50주년 기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자푸라 2 가스플랜트 패키지2 사업 계약 체결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관광의 3요소 없는 사우디는 이슬람 수니파의 맹주

다음은 미인문제이다. 사우디에서는 유아기에는 남녀차별없이 비교적 자유롭지만 12살이 되면 남녀유별이다. 여성은 낯선 남성과 대화 및 동석이 금지된다. 공공장소에 혼자 출입할 수 없고 초중고교가 남녀공학이 없고 외출 시에도 아바야, 니캅을 써야 한다. 2018년부터 여성도 차량 운전이 가능했다.

미인을 볼 수 없으니 사우디에 관광 갈 일이 없다. 아마 사우디에는 공무나 건설 인력 외에 관광으로 가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중동건설 붐이 한창 불었을 때 중동 근로자들은 중간 기착지인 방콕까지만 술을 마실 수 있었다한다. 방콕 이후 제다까지는 술 깨는 시간을 고려하여 술 제공이 거부되었다.

오늘날 K방산으로 우리 무기체계가 전 세계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지만 2008년 당시 두산인프라코어에서 비호 대공무기를 판매하고자 했다. 협상은 잘 진척이 되었지만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대공화기에 부착되어있는 GPS 장비개발을 한 미국에서 브레이크를 걸었다. 이번에도 사우디는 지대공 요격무기체계인 천궁(M-SAM2)과 비호복합, 신형호위함 등에 관심을 보였다한다. 예멘 후티반군으로부터 무장드론 공격을 받아온 사우디로서는 미사일 요격체계가 필요한 상황이다.

안보상황을 고려해 수량과 가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아마도 상당한 계약이 있지 않았을까 추정된다. 사우디 국영방산업체(SAMI)는 한화그룹과 합작투자회사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기 때문에 방안을 찾았을 것으로 본다. 우리 기업은 우회로를 찾는 데 아주 탁월한 재능이 있다. 윤 대통령의 경협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 이상이다.

주은식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 주 은 식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