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이재명의 비루(鄙陋)함

정경훈 논설위원
정경훈 논설위원

독일과 일본의 2차 대전 전범들의 책임 의식은 천양지차였다.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에서 독일 전범들은 자신이 한 일을 당당히 인정했다. 나치의 2인자 헤르만 괴링이 그랬다. 그는 1938년 나치의 오스트리아 합병에 대해 "나는 100% 책임을 지지 않으면 안 된다…나는 총통의 반대를 기각시키고 모든 것을 최후의 발전 단계로까지 이끌었다"고 했다. 노르웨이 침공에 대해서도 "격노했지만 사전에 통보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며 결국 공격에 동의하는 데 나의 태도는 완전히 적극적이었다"고 자인했다.

이런 태도를 두고 2차 대전 후 일본 지성계에서 '덴노'(天皇)로 불렸던 저명한 정치학자 마루야마 마사오(丸山眞男)은 이렇게 평했다. "얼마나 명쾌한가. 그것이야말로 유럽의 전통적 정신에 자각적으로 도전하는 니힐리스트의 명쾌함이며, '악'에 과감하게 눌러앉으려는 무법자의 호통인 것이다."('현대 정치의 사상과 행동')

일본 전범들은 달랐다. 너절하고 왜소했다. 교묘한 말로 어떻게든 전쟁 책임에서 빠져나오려 했다. 도쿄 전범 재판의 수석 검사 조지프 키넌은 최종 논고에서 이렇게 질타했다. "전직 수상, 각료, 고위 외교관, 육군의 장군, 원수(元帥), 해군 제독 및 궁내 대신들로 구성된 25명의 피고 전원으로부터 우리는 하나의 공통된 답변을 들었다. 누구 한 사람도 이 전쟁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는 것이다…그들은 달리 선택할 길이 없었노라고 아무렇지 않게 주장한다."

'재판 리스크'에 빠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행태가 일본 전범들의 비루(鄙陋)함을 빼다박았다. 대장동 비리는 측근인 정진상이 한 일로, 자신은 책임이 없다고 한다. '쌍방울 대북 송금'도 이화영이 자신 몰래 독단적으로 한 일이라고 하며, 민간 업자에게 천문학적 이득을 몰아준 백현동 용도 변경은 국토부의 압력 때문이라고 새빨간 거짓말을 한다.

재판을 지연시키려고 온갖 꼼수도 쓴다. 국정감사에 나가야 한다며 재판에 불출석하고선 국감에 가지 않았다. 재판에 출석해서는 단식 후유증 때문에 앉아 있기도 힘들다며 재판을 조기 종료시켜 놓고는 정치 공세를 위한 특검 패스스트랙 표결에 참여했다.

이런 너절하고 무책임한 인사 제1야당 대표이고, 대통령을 넘봤다니 코미디도 이런 저질 코미디가 없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