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 문외한인 나는 책의 제목인 불펜의 시간이 무슨 뜻인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온전히 소설의 내용을 느끼고 싶어 불펜의 뜻을 검색해 보지 않고 책을 다 읽고 나서 불펜의 의미를 찾아보았다.
불펜은 야구장에서 구원투수가 경기에 나가기 전 경기장 한쪽에서 준비운동을 하는 장소를 일컫는 말로 투우장에서 투우가 드나드는 통로에서 비롯된 말이다.
이 소설에는 야구를 사랑하고 사랑했던 세 인물이 등장한다.
월등한 실력으로 모든 이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프로에 입단했지만 트라우마로 고전 중인 프로야구선수 '혁오'와 학창 시절 혁오와 함께 야구부로 활동하다 능력의 한계를 깨닫고 평범한 회사원의 삶을 살고 있는 '준삼' 그리고 재능은 있지만 여자라는 이유와 경제적 사정으로 야구를 그만두고 스포츠기자가 된 '기현'의 이야기를 옴니버스식으로 담고 있다.
세 주인공들에겐 야구를 사랑한다는 것 이외에도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모두들 어떠한 이유로 누군가를 짓밟고 올라가야만 성공할 수 있는 과잉경쟁 사회에 의문을 품게 된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의문을 품는 인물은 프로야구선수인 혁오로 청소년 시절 라이벌이던 친구의 죽음으로 죄책감을 느끼게 되고 야구라는 스포츠가 지닌 경쟁구도에 회의감을 갖게 된다. 이후 혁오는 사회가 정한 승부의 룰이 아닌 자신만의 룰에 의해 경기를 임한다. 준삼은 사회생활을 하며 느껴지는 기업과 조직의 부당함에 거북함을 느끼기 시작하며 스포츠 기자인 기현은 특종을 잡기 위해 사건을 파헤치다 혁오의 이야기를 알게 되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작중 혁오는 기현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한다. "이기는 게 중요할까요? 얼마나 중요할까요? 무엇보다 중요할까요?" 세 인물과 함께 무한 경쟁 사회를 살고 있는 사회초년생인 나에게도 혁오의 물음은 생각에 잠기게 했다. 내가 이기기 위해 다른 사람을 짓밟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 적은 없는지, 부당한 것을 바꾸려고 노력해 본 적 있는지와 같은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하며 내가 살아온 삶을 돌아보게끔 했다.
소설은 혁오, 준삼, 기현 모두 승패에 연연하는 사회 시스템에 의문을 던지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불펜의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이야기가 마무리가 된다.
나는 어떤 방식으로 나의 불펜의 시간을 맞이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를 살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자신만의 불펜의 시간을 생각해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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