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고향을 떠났어도 여전히 나의 마음은 여기를 향하고 있구나, 내 삶의 시작이자 내가 살아온 시간을 버티게 해준 힘의 근원이 여기였구나 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26일 청도박물관을 찾은 이배 작가는 다소 수줍은 표정으로 겸손하게, 또 담담하게 이같이 말했다. '숯의 화가'로 불리는 이배 작가는 최근 미국 뉴욕 맨하탄의 중심인 록펠러센터 앞에 대형 조각을 설치하고, 지난해 프리즈 서울에서 명품 브랜드 생 로랑과 협업해 작품을 선보이는 등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작가다.
그는 최근 고향인 청도에 뜻 깊은 소식을 전했다. 자신이 소장하고 있던 유물들을 아낌없이 기증하기로 한 것. 기증 유물은 고려시대 청자부터, 조선시대 분청사기, 철화백자, 청화백자, 백자 달항아리와 조선시대 명재 윤증의 초서 병풍, 추사 김정희 시고 현액을 비롯해 위창 오세창, 석재 서병오, 소전 손재형의 10폭 병풍, 해강 김규진, 소호 김응원의 족자, 청전 이상범의 '추림유거', 소정 변관식의 '사계 산수' 등 112건 124점에 달한다.
마침 개관 10주년을 맞이하는 청도박물관은 감사의 뜻으로 기증 유물 일부를 선보이는 특별전 '어느 화가의 고향으로 초대'를 기획했다.
26일 열린 개막식에 참석한 이배 작가는 "고향에 있는 분들을 오랜만에 만나뵙게 돼서 감사하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조상들의 유물을 통해 이렇게 좋은 자리를 마련하게 된 데 대해 청도군을 비롯해 많은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번 특별전에는 기증 유물 40여 점 외에 이배 작가의 '붓질' 신작 2점과 함께, BTS RM이 구매하는 등 '달항아리' 대표 작가로 꼽히는 권대섭 도예가의 작품도 전시됐다.
정준모 미술평론가(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는 "화가로서의 남다른 안목이 반영된 아름다운 도자기를 중심으로 한 기증품은 청도박물관의 면모를 일신할 유쾌한 사건"이라며 "자신의 예술에 모태가 되어준 고향 청도에 대한 보답과 같은 이번 아름다운 기증이 청도군민은 물론 청도를 찾는 모든 이들에게 기쁨과 안도감, 행복과 같은 감정을 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이를 이롭게 하는 공익적 실천을 통해 청도박물관이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공립박물관으로 거듭나 제2, 제3의 이배 같은 출중한 예술가들을 키워 내는 원동력이 된다면 이번 기증은 세상 어느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다 해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하수 청도군수는 "귀한 기증 유물 하나하나가 많은 이들에게 기쁨과 행복, 희망을 줄 것이라고 믿는다. 군민들을 대표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청도박물관 개관 10주년을 맞아 앞으로 박물관으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청도박물관 개관 10주년 특별전 '어느 화가의 고향으로 초대'는 내년 2월 18일까지 이어지며, 입장료는 무료다. 054-370-2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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