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리커창 전 총리 사망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리커창(李克强) 전 중국 국무원 총리가 27일 사망했다.

중국중앙TV(CCTV)는 이날 "리커창 동지에게 심장병이 발생했고, 27일 상하이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시진핑(习近平) 주석과 후계 경쟁을 벌이다가 시 주석의 3연임이 시작된 직후인 3월 총리직을 퇴임, 야인으로 돌아간 리 전 총리의 근황이 7개월여 만에 부고 소식으로 돌아왔다.

리 전 총리의 사망 원인에 대해 갖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초 그는 '둔황 막고굴'을 여행하는 모습으로 건재를 과시한 바 있다. 비교적 건강한 얼굴로 웃으면서 관광객들에게 손을 흔드는 모습이 찍혀 SNS에 올라온 것이다.

리 전 총리는 코로나19가 창궐하던 2020년 코로나방역소조를 맡아 방역에 고군분투한 바 있다. 당시 시 주석이 코로나19 대유행에도 불구하고 "샤오캉(小康) 사회 건설이 가능하다"는 장밋빛 희망을 제시하자 "6억 명의 월수입이 1천 위안에 불과하다. 노점상 활성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던 그였다.

지난해 10월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 폐막식에서의 후진타오 전 주석 강제 퇴장 장면과 리 전 총리의 갑작스러운 사망은 중국공산당 지도부 갈등이 대중에게 직접 노출됐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심상치 않다. 리위차오(李玉超) 로켓군사령관, 친강(秦剛) 외교부장 등 핵심 인사들이 공식 석상에서 사라지거나 경질된 데 이어 리상푸(李尙福) 국방부장(장관), 류쿤(刘昆) 재정부장, 왕즈강(王志刚) 과학기술부장 등에 대해서도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가 24일 면직을 승인했다. 이들 모두 시 주석의 총애를 받던 최측근 고위 인사다.

또한 코로나19 이후 부동산 폭락으로 촉발된 중국 경제 위기는 3연임 체제를 구축하려는 시 주석의 권력 구상을 흔들고 있다. 인사 실패와 고위층의 부정부패가 속속 드러나면서 중국 인민의 불만이 고조되는 등 시진핑 체제의 불안이 가시화되고 있는 셈이다.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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