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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 물 산업, 대구는 '고속도'-안동은 '비포장'

엄재진 경북부 기자
엄재진 경북부 기자

안동댐 물을 대구 취수원으로 활용하는 대구시의 '맑은물 하이웨이' 정책이 논의된 지 1년이 훌쩍 지났다. 양 도시가 '상생 협약'을 체결한 지도 1년을 눈앞에 두고 있다.

1년의 시간 동안 양 도시의 물 정책 추진은 극과 극이다. 대구시는 용역을 실시하고, 국가 수도 정책에 반영시키기 위한 움직임을 발 빠르게 추진해 왔다. 이와 달리 안동시는 의회의 예산 삭감과 물 산업에 대한 부정적 시각으로 제자리걸음이다.

대구는 말 그대로 '고속도로'를 달리고, 안동은 '비포장도로'를 힘겹게 가는 꼴이다. 정책 추진 속도가 이러니 정책 속에 담아낼 내용에서도 안동은 '속 빈 강정'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대구시는 지난달 30일 안동시청 청백실에서 '대구 맑은물 하이웨이 추진 방안 검토 용역 설명회'를 가졌다. 안동댐 직하류에서 문산·매곡 정수장까지 최단거리 110㎞를 연결해 하루 63만5천t의 원수를 공급받는 방안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대구시는 올 연말 완료 예정인 '맑은물 하이웨이 추진 방안 검토 용역'이 구체화되면 검토안을 환경부에 먼저 건의해 '국가 수도 기본계획' 반영 등 취수원 이전 사업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안동댐 물을 대구로 가져가기 위한 홍준표 대구시장의 거침없는 정책 추진에 안동시와 안동시의회도 무언가 해야 한다. 하지만, 안동의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아 보인다.

안동시의회는 지난해 본예산 심의 때부터 안동시가 올린 '물 산업 관련 용역비'를 1, 2차 추경까지 3차례나 전액 삭감했다. 대구시의 용역에 맞춰 안동 지역 상황과 정책에 담아낼 목소리를 찾으려는 길을 막아 버린 꼴이다.

심지어 최근까지도 의회에서는 일부 의원들이 "(안동댐 물을 하류 지역으로 보내는 물 산업이 추진되면) 댐 주변 지역에 대한 규제, 오히려 강화하려고 할 것 아닙니까?" "안동댐을 둘러싸고 경제적 가치 찾기에만 고심할 뿐, 오염과 피해는 상대적으로 외면하고 있다"는 등 안동시의 물 산업에 대한 회의적 반응들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대구-안동 간 물 산업 꾸러미는 대구가 만들고 있다. 안동은 그 꾸러미에 함께 담아낼 아무런 물건을 준비하지 못한 상태다. 이러다가 안동 지역 정서를 거스르고, 또다시 지역 피해만 남는 국가 수도 정책이 추진될 경우 어찌하려 하는지.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대구의 맑은물 하이웨이 정책은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 거스를 수도, 되돌릴 수도 없는 약속이다. 대구 시민들에게는 먹는 물, 생존권의 문제다.

그러니 당초 '상생 협약'처럼 안동과 대구가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안동이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시민의 정서와 목소리를 하나로 만들고 물 산업 꾸러미에 담아내야 한다.

예산을 둘러싼 집행부와 의회 간 힘겨루기, 갈등은 중단해야 한다. 이제 백지 상태에서 시민들을 위한 일이 무엇인지, 대구의 물 산업 정책에 안동 발전을 어떻게 담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만으로 머리를 맞대야 한다.

10년 대역사 끝에 준공됐던 '임하-영천댐 도수관로 공사'를 교훈 삼아야 한다. 안동의 물을 하류로 보내면서 지역에는 피해만 남긴 대표적 국가정책이었다. 그런 전례를 또다시 반복해서는 안 된다.

'애물단지' 물을 '보물단지'로 바꿀 기회를 잡을 진지한 고민과 대화가 절실하다. 안동 발전을 위해서는 정치적 철학이나 감정 따위는 버리고, 비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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