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가계부채 위기 발생하면 외환위기의 몇십 배 위력 될 것”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가계부채 위기가 발생하면 1997년 기업부채로 인해 우리가 겪었던 외환위기의 몇십 배 위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이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나선 것에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다.

가계부채는 3분기 기준으로 1천877조 원으로 추산된다. 사상 최대 규모인 데다 증가 속도도 빨라 경고음을 울려대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작년 말 기준 108.1%로 세계에서 국가 경제 규모 대비 가계부채가 둘째로 높은 나라가 됐다. 세계 각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평균은 61.9%에 불과하다. 세계 대부분 나라가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경제 규모 대비 가계부채를 줄이는 빚 다이어트에 성공한 반면 한국은 거꾸로 가계 빚이 크게 늘어나면서 가계부채 증가 폭이 26개국 중 1위를 차지했다.

가계부채 폭증 원인은 부동산 가격 폭등을 초래한 문재인 정부의 책임이 크다. 문 정부가 출범하던 2017년 가계부채는 GDP의 92%였으나 2022년에는 108%로 16%포인트 늘었다. 가계부채가 5년 새 두 자릿수로 증가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20·30대가 '미친 집값'에 불안해하면서 무리하게 빚을 내 집 구매에 뛰어든 '빚투' '영끌 투자'를 하게 만든 장본인이 문 정부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도 "과거 정부에서 유행한 '영끌 대출'이나 '영끌 투자' 이런 행태는 정말로 위험하다"고 질타했다.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고금리가 지속하는 상황에서 가계부채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는 개인의 줄파산이 우려된다. 추가 대출 규제 등 선제적인 부채 관리로 충격파를 최소화하는 일이 급선무다. 가계부채 폭탄이 터지지 않으려면 정책의 우선순위를 가계부채 해소에 둬야 한다.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와 변동금리의 고정금리 전환 유도 등 선제적 조치에 나서야 할 때다. 한계차주에 대한 선별적 구제도 필요하다. 가계부채 연착륙에 정부와 정치권이 힘을 합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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