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이태원 참사 1년, 우리는 달라졌는가

159명의 생때같은 생명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1년이 됐다. 지난해 10월 29일 핼러윈 축제를 찾았던 많은 사람들이 이태원 좁은 길에서 무참하게 목숨을 잃었다. 국가의 무관심과 통제되지 않은 혼란 속에서 벌어진 비극이었다. 이태원 참사는 국가 재난 안전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과 안전 불감증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줬다. 29일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추모대회가 열렸다. 우리 사회는 희생자 추모, 유가족 위로와 함께 지난 1년간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성찰해야 한다.

이태원 참사 후에도 과천 제2 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 사고, 오송 지하차도 사고, 끊이지 않는 산업현장 안전사고 등으로 많은 국민들이 목숨을 잃었다. 2014년 304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를 겪었는데도, 대형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큰 사고가 터질 때마다 정치권과 정부는 책임 공방으로 시간만 보낸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이태원 참사 한 달 뒤인 지난해 11월 주최·주관이 없는 행사에 지방자치단체장이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는 재난안전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그러나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다가 지난달에 겨우 상임위를 통과했다. 이태원 참사 관련 법안이 46개나 제출됐지만, 본회의를 통과한 건 1건뿐이다. 국회가 '이재명 방탄' 블랙홀에 갇혀 할 일을 하지 않은 것이다. 여야는 이태원 참사 1주년을 맞고도 참사 책임과 후속 입법 과제를 놓고 정쟁을 벌이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국가 시스템의 수준을 높여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 안보와 마찬가지로 안전에도 여야가 따로 없다. 국민 안전을 정치적 셈법으로 따져서는 안 된다. 제도 개선과 함께 국민의 안전 의식도 높아져야 한다. 책임 회피에 급급한 관료문화, 만연한 안전 불감증, 생명보다 돈을 우선시하는 산업현장의 관행을 타파해야 한다. 이것이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를 애도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최소한의 도리이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