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의 비전을 (여러 명이) 함께 만들어가는 게 영화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한 명은 감독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생충'(2019)과 같은 명작들로 세계적인 영화감독이 된 봉준호 감독이 젊은 영화광들을 만나 자신의 영화 철학을 털어놨다.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씨네큐브에서 열린 '모여라 시네필: 세기말 영화광과 21세기 시네필의 만남'이라는 제목의 간담회에서다.
이 자리에는 27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다큐멘터리 영화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에 출연한 봉 감독 등 1990년대 영화 동아리 '노란문' 멤버 10여명이 참석했다. 노란문 멤버이자 이 영화를 연출한 이혁래 감독도 함께했다.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는 1990년대 초 노란문에서 활동했던 영화광들의 열정을 조명한 작품이다.
봉 감독은 간담회에서 젊은 영화학도가 '영화 제작 과정에서 프로듀서와 갈등을 겪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묻자 "설득을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하길 바란다"면서도 영화의 비전을 제시하는 건 감독의 몫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어떻게 하면 관객들이 좋아할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는 "그 전에 나 자신을 가장 즐겁게 할 수 있는, 내가 보면서 흥분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조언했다.
봉 감독은 영화감독의 삶에 대해서는 "'나도 저런 장면을 하나쯤 갖고 싶어', '영화 전체는 별로일지라도 어느 한 장면만 내가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집착들이 생기다 보니 계속해나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영화라고 하는 건 항상 일정이 정해져 있어 등 떠밀리듯 다음 단계로 나가야 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이라며 "그 사이사이에 (감독의) 집착이 작게나마 이뤄지는 희열의 순간이 있어 버티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봉 감독은 '영화 예술에 빠지게 해준 작품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어렸을 때 공중파 방송으로 히치콕 감독의 '사이코'를 처음 봤을 때의 충격이 생생하다"라고 회고했다.
이어 "그런 영화를 반복적으로 다시 볼 수 있게 해준 곳이 노란문이었다"며 "'사이코'도 어디선가 복사해와 다시 보게 됐다. 영화광의 출발점은 '다시 보기'라고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는 노란문 동아리의 고전 영화 비디오테이프 목록을 꼼꼼히 관리하는 등 열정적으로 활동했던 봉 감독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봉 감독의 미공개 첫 단편 '룩킹 포 파라다이스'(1992)를 노란문 멤버들이 함께 본 기억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 작품에 대해 봉 감독은 "이 다큐멘터리에서도 몇 장면이 나오는데 너무 창피하다. 너무 조악한 작품"이라며 겸연쩍어했다. 이어 "올해를 끝으로 두 번 다시 언급되지 않았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며 웃었다.
댓글 많은 뉴스
이낙연 "민주당, 아무리 봐도 비정상…당대표 바꿔도 여러번 바꿨을 것"
'국민 2만명 모금 제작' 박정희 동상…경북도청 천년숲광장서 제막
위증 인정되나 위증교사는 인정 안 된다?…법조계 "2심 판단 받아봐야"
일반의로 돌아오는 사직 전공의들…의료 정상화 신호 vs 기형적 구조 확대
"이재명 외 대통령 후보 할 인물 없어…무죄 확신" 野 박수현 소신 발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