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풍] 인요한 혁신위가 성공하려면

김교영 논설위원
김교영 논설위원

2010년 여당인 한나라당은 지방선거 패배 등 잇단 악재를 만났다. 2011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논란에 휩쓸려 사퇴했다. 이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졌고, '디도스 파문'이 터졌다. 홍준표 당 대표는 물러났다. 한나라당은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벼랑 끝에 몰렸다. 절체절명에서 2011년 말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가 등장했다.

박근혜 비대위의 개혁은 과감했다. 당은 환골탈태했다. 15년 썼던 당의 이름을 '새누리당'으로 바꿨다. 당의 로고와 당색을 푸른색에서 빨간색으로 교체했다. 보수정당에 '빨간색'은 혁명적 발상이다. '박근혜 키즈'로 불리는 젊은 인물을 비대위에 영입했다. 공천은 단호했고, 정책은 '좌클릭'했다. 여론조사 하위 25%의 현역 의원을 공천 배제했다. 진보 어젠다인 '경제민주화'와 '맞춤형 복지'를 정책에 반영했다. 외연 확장이며, 정책 선점이었다. 새누리당은 2012년 총선에서 절반이 넘는 152석을 차지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그해 대선에서 당선됐다.

2016년 1월 더불어민주당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당시 민주당의 지지율은 추락했다. 총선을 앞두고 당은 풍전등화 위기였다. 김종인 비대위 대표는 공천권을 장악했다. 그는 비대위 첫 회의에서 "아직도 과거의 민주화를 부르짖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친노 세력에게도 서슴없이 경고했다. "친문·운동권 정당으로는 선거에 이길 수 없다"며 총선을 지휘했다. 친노 좌장인 이해찬 의원 등 현역 26명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김종인 비대위는 '우클릭'했다. 중도층 겨냥이다. 김 대표는 첫 행보로 국립현충원의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문제는 경제야, 잃어버린 8년 심판!'이란 총선 슬로건을 내걸었다. '운동권 정당'에서 '경제 정당'으로 변신을 시도했다.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 등 새 인물을 발탁했다. 2016년 총선에서 민주당은 123석을 확보했다. 새누리당을 1석 차이로 제쳐 제1당에 올랐다.

지난 26일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회 체제가 발족됐다. 국민의힘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후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총선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졌다. 인요한 혁신위 위원장은 "와이프와 아이 빼고 다 바꿔야 한다"고 했다. 또 국민의힘을 향해선 "듣고 변하고 희생할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고 돌직구를 날렸다. 말만 아니라, 실제로 그렇게 돼야 한다. 혁신위는 국민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원만한 운영, 내용 없는 혁신위는 안 된다. 혁신위는 '대통령실 여의도 출장소'란 당의 오명부터 벗겨야 한다. '대통령실 눈치만 보는 존재감 없는 여당'이란 비판이 많다. 수직적인 당정 관계를 끊어내야 한다.

박근혜 비대위·김종인 비대위는 정당 혁신의 모범으로 꼽힌다. 두 모델의 공통점은 공천 혁신과 외연 확장이다. 이는 국민의힘 생존에 필요한 전략이다. 내년 총선에서 과반 의석 확보는 국민의힘의 지상 과제이다. 그래야 윤석열 정부의 국정을 입법으로 뒷받침할 수 있다. 현재 국민의힘, 민주당의 지지율은 비슷하다. 중도층 비율은 30%대이다. '중도 선점'은 총선 승리의 필수 조건이다. 민심을 얻는 길은 공천 혁신과 좋은 정책이다. 반발과 갈등 없는 혁신은 없다. 부서지는 옥이 될지언정, 구차하게 기왓장으로 남아서는 안 된다(寧須玉碎 不宜瓦全·영수옥쇄 불의와전). 인요한 혁신위는 좌고우면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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