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원가 '초등 의대반' 열풍 확산…'입시 번아웃' 우려도

대구 시내 일부 학원에서 운영, 학원비는 2배
학업 업계도 '과도한 상술' 경고
전문가들은 "학부모의 불안감 반영"

1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 앞에 교육 과정과 관련한 광고 문구가 적혀 있다. 학원가에 따르면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 계획에
1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 앞에 교육 과정과 관련한 광고 문구가 적혀 있다. 학원가에 따르면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 계획에 '초등 의대 준비반' 입학 문의가 늘었다. 정부는 오는 19일 2025년도부터 적용할 의대 정원 확대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발표에 힘입어 최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의치대'(의학대학 및 치과대학) 준비반이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대구 시내 일부 학원들도 초등 의치대반을 운영하고 있는 가운데 과도한 선행학습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 24일 찾은 대구 북구의 침산동에 있는 한 수학학원은 의치대반에 초등학교 6학년 4명이 등록했다고 전했다. 학생들은 이미 중학교 2학년 수학을 두 차례 완독했고, 중학교 3학년 과정을 시작했다. 학원 관계자는 "의치대반은 선행반과 정규반 두 반을 운영하고 있다"며 "교내 경시대회와 선행학습 모두 대비한다"고 설명했다.

학원에 따르면 수업은 주 2회로 운영되며, 매 수업은 교시당 1시간 20분씩 3교시로 구성됐다. 월 수업료는 교재비를 제외하고 45만원이다. 일반적인 초등학교 수학학원 월 수업료가 20~30만원 선이라는 점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이 학원에서 도보로 5분거리에 있는 또 다른 학원도 의치대반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학원은 초등학교 6학년 8명이 재원 중이며 고등학교 영어 모의고사까지 풀 수 있다고 홍보했다. 학원 원장은 "문해력이나 언어역량은 초등학생 때만 할 수 있는 공부"라며 "초등학생때 기본기를 갖춰놔야 선행학습을 하더라도 더 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계획은 학원가와 학부모들의 '의대 열기'를 더욱 부추겼다. 경산에서 초등학교 6학년 자녀를 키우고 있는 40대 주부 오모 씨는 "최근 맘카페나 학원정보카페를 중심으로 '초등 의대반' 입학 문의에 관한 글이 많이 올라왔다"며 "주변에서도 의치대반이 개설된 대구 시내 학원가까지 초등학생 자녀를 보내는 경우를 수 차례 봤다"고 전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과 목동 등 대형 학원가에서 알음알음 알려지던 '초등 의치대반'이 성행하자 거부감을 드러내는 학부모들도 다수 있었다. 수성구 범어동 경동초 앞에서 만난 40대 학부모 김모씨는 "최근 유행이라고 듣긴 들었지만 벌써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마음이 커서 아이가 강력하게 요구하지 않는 한 보낼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김모 씨 또한 "초등학생 때부터 의대 진학을 위해 과도하게 준비하는 것이 과연 아이가 진정으로 행복한 인생을 사는 데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고 의구심을 표했다.

입시 업계도 초등학생 때부터 의대를 준비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지적한다. 최근 유행하는 초등 의치대반 열풍은 일부 학원의 상술이라는 설명이다. 차상로 송원학원 진학실장은 "수학과 과학 등 일부 과목에 편중된 학생들이 국어 등 다른 과목에서 허점을 보이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늦어도 중학교 3학년 때부터는 선행학습을 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초등학생은 너무 빠르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선행학습이 정작 가장 중요한 시기인 고등학생 때 독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병주 영남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는 "초등학생 때부터 오랜 기간 과도하게 공부를 강요받은 학생들은 '번아웃'으로 학업 의욕이 꺾일 수 있다"며 "이런 사교육 열풍은 자식들이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표출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의대 정원 확대를 통해 의사의 소득 하한선이 내려가면 의대 선호 현상도 지금보다 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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