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내년도 예산안 국회 시정 연설에서 야당 대표를 여당 대표보다 먼저 호명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연설에서는 여야 대표 언급은 없었으며 야당은 '보이콧'으로 맞서는 모습과 대조적이어서 '협치'의 물꼬를 튼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31일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시정연설을 시작하면서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에 이어 "민생과 국가 발전을 위해 애쓰시는 김진표 국회의장님, 김영주, 정우택 국회부의장님, 또 함께해주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님, 이정미 정의당 대표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님"이라고 운을 뗐다.
통상 여-야 순으로 부르는 관례를 깨고 야당 대표 이름을 먼저 호명한 뒤에, 여당 대표 이름을 마지막에 불렀다.
윤 대통령은 이어 원내대표를 언급하면서도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님,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님, 그리고 여야 의원 여러분"이라며 야당 원내대표를 먼저 불렀다.
지난해 10월 시정연설에서는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김진표 국회의장님과 의원 여러분"으로 연설을 시작했던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올해 시정연설에서는 민주당 의원들이 의석을 채운 점도 지난해와 대조됐다.
지난해 시정연설 당시 민주당은 검찰·감사원 등이 야권을 전방위적으로 수사·감사하는 데 반발해 시정연설 자체를 '보이콧'했다.
연설문 내용도 지난 해와 차이를 보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협조'를 여러 번 언급하며 야당을 비롯한 국회에 감사함을 표시했다. 윤 대통령은 첨단 산업 분야 세제 지원, 교권 4법 개정 등과 관련해선 "국회의 관심과 협조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또 내년도 예산안 집행과 관련해선 "국회의 적극적 관심과 협조를 다시 한번 부탁드린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의 이날 연설에선 '협조'라는 단어가 5번 등장한 데 비해, 지난 해에는 연설 서두에 "국회의 협조를 부탁드리고자 5개월여 만에 이 자리에 다시 섰다"며 한 번 언급하는 데 그쳤다.
윤 대통령은 본회의장에 입장하면서도 먼저 맨 뒷줄에 있던 민주당 홍 원내대표와 이 대표의 순서로 악수했다. 의석에 앉아있던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이 다가오자 일어선 뒤 웃으며 손을 맞잡았다.
윤 대통령은 이후 연단으로 이동하면서도 통로 쪽 의석에 앉아있던 민주당 의원들 위주로 악수를 했다. 윤 대통령 입장과 함께 기립 박수를 보내던 국민의힘 의원들과 달리 민주당 의원들은 손뼉을 치지 않고 착석해 있었지만, 윤 대통령이 먼저 손을 건네자 상당수 민주당 의원은 일어나 악수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여야와 함께 경제 복합위기 등을 타개하고 안보 불안을 극복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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