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혁신위원회 출범 후 '대사면', '영남 중진 수도권 차출론' 등을 고리로 불거진 불협화음 수습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 패배 후 당의 쇄신을 위해 출범한 혁신위가 순항하기 위해 고조되는 당내 갈등 양상을 조기에 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기현 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는 혁신위에서 전날 의결한 이준석 전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등을 겨냥한 대사면 안건을 두고 고심에 빠졌다. 당내 대통합을 명분으로 당원권 정지 상태인 이들에 대한 사면안을 제안했지만 당사자들이 반발해 의미가 퇴색됐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다음 달 2일 최고위원회에서 혁신위가 제안한 '대화합과 탕평을 위한 사면' 건의안을 상정할 전망이지만 의결하더라도 정치적 효과는 기대에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징계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 것인데 이를 또 사면한다는 것은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홍 시장도 "말도 안 되는 사유를 들어 징계하는 모욕을 주고 이제 와서 사면하겠다는 제스처를 취한들 내가 그것을 받아주겠나"라고 지적한다.
이들의 경우 당원권 정지 징계가 취소되더라도 내용상 큰 의미가 없다. 홍 시장은 내년 총선 출마 계획이 없고 이 전 대표는 내년 1월 당원권이 회복돼 조기 징계 해제가 없더라도 총선에 출마할 수 있다.
당내 지도부 총선 출마 길터주기에 그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사면의 실효는 내년 6월까지 당원권이 정지된 김재원 최고위원이 크게 보게 되는데, 결국 대사면의 결과 당내 주류의 총선 출마 길 터주기만 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이를 의식했는지 김 최고위원은 전날 최고위원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준석 전 대표 사면을 두고 안철수 의원은 엇박자 행보를 보인다. 안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면은커녕 이 전 대표를 제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의원은 본인이 주도한 이 전 대표 제명 징계 서명 운동에 총 4만여명이 참여했다며 당의 제명 결정을 촉구했다.
인요한 위원장이 불을 지핀 '영남 중진 수도권 차출론'을 두고도 당내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적잖다. 인 위원장이 이를 밀어붙일 경우 영남권 의원은 물론 '영남권 홀대론' 등으로 지역민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혁신위가 이준석 대표 체제 혁신위에서 제안한 안건을 다시 살펴보겠다며 화합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지만 이 또한 불필요한 논쟁만 낳을 수 있다"며 "보궐 선거 패배에 대한 진정한 반성, 의원 특권 내려놓기와 같은 사안부터 다뤄볼 필요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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